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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평생직장? 이제는 '잡호핑' 시대...네트워크 채용시장이 뜬다

<명함의 진화>

공채 중심서 이직으로 무게추 이동

'채용+네트워크' 플랫폼 속속 나와

한국형 링크드인 '리멤버 커리어'

출시 한달만에 20만명 가입 돌파

로켓펀치·셀프구직 등도 인기몰이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해 정년까지 다니는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직장을 여러 번 옮기는 ‘잡호핑족(族)’이 생기며 채용시장에서 이직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잡호핑은 직업을 의미하는 ‘잡(job)’과 뛰는 모습을 표현한 ‘호핑(hopping)’이 결합된 단어로, 경력을 쌓아 여러 번 이직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잡호핑족의 등장과 함께 채용시장 역시 채용공고를 올리는 데 그치는 포털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경력과 인맥을 관리·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재편되고 있다.

네트워크 기반 채용시장의 포문을 연 곳은 ‘링크드인’이다. 링크드인은 지난 2003년 구인구직 서비스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결합하며 등장했다. 이용자들은 자기소개와 경력 등을 프로필 메뉴에 자세히 적을 수 있으며 다른 이용자와 1촌도 맺을 수 있다. 직장 동료나 상사가 자신의 경력에 추천글을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모든 기능의 초점은 이용자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확대를 돕는 데 맞춰져 있다. 그 결과 올해 16년째를 맞은 링크드인에는 2,000만개의 일자리가 등록돼 있으며 전 세계 6억명 넘는 이용자들이 이 일자리에 매주 2,500만번 지원한다.

채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보다 앞서 직업전환이 보편화된 미국은 포털형 서비스에서 링크드인 같은 네트워크 구조 플랫폼으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온라인 패션쇼핑몰 ‘내스티 갤’의 창업자 소피아 아모루소가 여성들을 위한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 ‘걸보스’를 내놓기도 했다. 걸보스는 링크드인이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들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한다며 ‘네트워킹 2.0’을 내세웠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링크드인’이 등장하고 있다. ‘국민 명함앱’ 리멤버(드라마앤컴퍼니)는 지난달 경력직 구인·구직을 연결하는 ‘리멤버 커리어’를 출시했다. 리멤버 커리어는 잠재적 구직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등록하면 기업 인사팀과 헤드헌터만 프로필을 확인하고 이직을 제안할 수 있는 구조다. 링크드인처럼 네트워크 연결을 중시하면서도 구직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한국의 특성을 반영해 ‘폐쇄성’으로 차별화를 이뤘다. 리멤버 커리어는 사전등록 프로필 숫자 10만명을 달성한 뒤 출시 약 한 달 만인 8월 중순 2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리멤버가 지향하는 방향은 리멤버 커리어를 넘어 커뮤니티 등을 포함하는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명함 인맥관리와 채용, 커뮤니티, 전문가 연결 등 비즈니스 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직종별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각 직군 종사자들이 모여 전문지식을 나누며 소통하는 공간이다. 실명제이라 이용자들이 서로의 이름과 회사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30개 커뮤니티가 있으며 건설과 마케팅·홍보, 기술영업, 금융전문직 등의 분야가 활발하게 운영된다. 드라마앤컴퍼니 관계자는 “커뮤니티에서는 익명 폭로나 뒷담화보다 업계의 소식을 공유하고 비즈니스 관련 정보를 나누는 장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로켓펀치 역시 2013년 스타트업 채용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2년 뒤인 2015년부터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집중해온 기업이다.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는 “처음에는 채용공고를 올리면 구직자들이 지원하도록 하는 구조였지만 이직이 잦아진 현재 직업시장은 이 같은 방식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네트워크 기반으로 채용산업의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켓펀치 이용자들은 비즈니스 프로필을 등록하면 자신이 찾는 인물과 인맥을 맺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로켓펀치에 프로필을 등록한 사람은 20만명에 이른다. 프로필을 보러 방문하는 연간 순방문자도 260만명이나 된다.

특히 기존 채용 시스템을 정반대로 뒤집은 ‘셀프구직’은 이용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셀프구직은 이직 의사가 있는 사용자가 자신의 구직용 프로필을 만들고 직접 제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넣는 방식이 아니라 구직자가 기업의 제안서를 받아보는 형식이다. 로켓펀치에 따르면 셀프구직 프로필을 만든 지 일주일 만에 10건 이상의 이직 제안을 받은 이용자가 나오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데이터 분석가 등 인력이 부족한 직업의 경우 연봉 1억원을 훌쩍 넘는 제안이 오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직업시장의 네트워크 구조 플랫폼 전환은 점점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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