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들을 보면 꼭 저희 부모님 같다는 생각에 부모님께 이발해드리는 마음으로 머리카락을 깎아드리고 있습니다. 좋아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죠.”
군대에서 배운 이발 기술을 활용해 20여년간 이발 봉사를 이어온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김진묵(42)씨 이야기다. ‘가위손 엔지니어’라는 별명을 가진 김씨는 평일 저녁 퇴근한 뒤에도 복지원·요양원 등을 찾아 할아버지들의 머리카락을 깎아왔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한 아리실복지원의 이희철 원장은 “자기 부모처럼 성심껏 이발을 해주고 즐겁게 해드리기까지 하니 할아버지들도 마음에 들어 한다”며 “17년간 한 번도 이발 봉사를 거르지 않은 김씨의 실력은 이용원보다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입사 후 통신병으로 입대한 그는 동기들의 머리를 깎는 임무를 부여받아 이발 기술을 갈고닦았다. 전역 이후 삼성에 돌아가서는 사내 봉사단체 ‘사랑손 동호회’를 만들어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김씨를 비롯한 동호회원들은 매주 둘째·셋째 주에 아리실복지원을, 넷째 주에 세광정신요양원을 각각 찾아 이발을 비롯한 봉사활동을 한다. 매주 화요일에는 미용원 원장을 초청해 봉사자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사내 우수봉사 활동자를 대상으로 한 삼성전자 해외봉사 활동에도 참여해 방글라데시·필리핀에서 이발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지난 20여년 동안 김씨의 손을 거쳐 이발한 이들은 4,600명에 이른다. 하지만 김씨는 “20여년의 봉사활동이 결코 대단하거나 힘든 일은 아니었다”며 “재능과 끼를 활용하는 일이었던 만큼 더 보람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머리카락이 자라 있듯 이발 봉사는 꾸준해야 한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그런 그는 “이·미용 교육 프로그램으로 동호회원들이 실력을 쌓아 자주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저의 뒤를 이어줄 분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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