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10명 중 5명은 현 정부가 추진해야 할 가장 시급한 노동정책으로 최저임금 차등화를 꼽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만에 29.1% 급등한 최저임금으로 경제 전반에 부작용이 속출한 만큼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볼 수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보완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현 정부의 친노(親勞)정책 쏠림에 따른 속도 조절 실패를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1일 서울경제가 창간 59주년을 맞아 서경펠로, 경제 전문가 1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현 정부 들어 급격하게 추진된 정책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노동정책 이슈 중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사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의 절반이 넘는 51.5%가 ‘규모·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라고 답했다. 경영계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임금 지급능력 등 수용 능력이 상이한 만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현실 적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며 차등적용에 미온적이다. 그 다음으로 시급한 노동정책으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꼽았다. 전체 응답의 39.6%였다. 재량근로제 활성화(17.8%)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15.8%), 최저임금 주휴수당 폐지(8.9%)가 뒤를 이었다.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를 꼽은 전문가도 5%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제활동 시간이 줄어 내수 부진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올해보다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내린 결정’이라는 평가가 51.5%로 가장 많았다. 기업과 자영업자의 지불 능력을 감안해 ‘삭감 또는 동결했어야 했다’는 응답도 46.5%로 적지 않았다. ‘최저생계비 등을 감안해 더 높였어야 했다’는 응답은 단 2%에 불과했다. 한 전문가는 “일자리 만들겠다는 정부가 일자리 만드는 데 도움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최저임금은 당연히 동결 내지 인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폭 조정, 대기업에 대한 한시적 감세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전환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정책 속도 조절은 하나 방향은 유지’라는 응답이 45.5%로 절반에 가까웠다.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답도 29.7%나 있었다. ‘점진적으로 수정되고 있다(16.8%)’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6.9%)’ 등 경제정책 전반이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는 소수에 그쳤다. 한 전문가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소득주도 성장 (우선) 순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은 무엇일까.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의 61.4%(복수응답 가능)가 유연성 확보를 꼽았다. 정규직은 선(善), 비정규직은 악(惡)이라는 프레임을 깨고 고용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으로 하여금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라 ‘플랫폼 노동자’ 증가 등 고용 구조가 지각변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고용시장은 다분히 경직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신산업 진입 장벽 완화(35.6%), 인력 수요·공급 간 미스매치 해소(15.8%), 최저임금 속도 조절(14.9%),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12.9%) 순으로 많았다. 직업훈련 등 교육 프로그램 강화(10.9%)와 창업 지원(7.9%), 기업 구조조정 지원(4%)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공공 일자리 창출 및 장려금 확대’라는 응답은 3%에 그쳤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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