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건영기계는 1959년 설립한 이후 꾸준히 공기 압축기(에어 컴프레셔)와 산업용 전동기를 취급해온 업체다. 건영기계가 자랑하는 기술력은 바로 ‘제어시스템’. 이 기술을 통해 삼상유도전동기를 제어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 데이터까지 수집해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에너지 사용은 곧바로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동기나 공기 압축기는 전기 소모량이 많은 설비로 꼽힌다.
건영기계는 2011년 관련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건영기계 주변에는 이 시스템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곳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불경기로 인해 과감하게 제어시스템을 사려고 하는 업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건영기계의 ‘매출 증대’에 도움을 줬던 곳이 바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단 재자원화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각 지역 산단 내 중소기업에 에너지·자원 효율성이 높은 제품·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단공이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건영기계는 지난해 ‘범용설비 사업화 지원(렌탈형)’에 응모해 시스템 도입 업체 13곳을 소개받았고, 총 5억7,000만원 규모의 제어시스템을 납품할 수 있었다. 건영기계로부터 시스템을 납품받은 업체들의 입장에선 사실상 절반 수준의 가격에 설치하는 혜택을 누렸다. 산단공이 도입액의 절반인 2억8,500만원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업체 13곳은 총 305toe의 에너지를 절감해 총 1억7,200만원의 비용을 덜었다. 이 과정에서 총 618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 목표치보다 23% 많은 양이었다. 건영기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 설비도 구매하기 힘든 게 요즘 기업들의 현실”이라며 “그러나 산단공에서 (건영기계 설비 구매 비용의) 50%를 지원해준데다 ‘친환경 기술’이라는 취지도 좋았기 때문에 구매사들이 기꺼이 참여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단 재자원화 사업이 ‘1석 3조’의 효과를 톡톡히 거두며 인기를 얻고 있다. 에너지 절감 시스템·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에겐 판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산단 내 업체에겐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기회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공익’을 구현하고 있다. 산단공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86%가 만족하는 등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크게 ‘개별형’ 사업과 ‘묶음형’ 사업으로 나뉜다. 개별형 사업은 개별 기업에, 묶음형 사업은 여러 기업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설비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비슷한 업종의 기업 여러 곳에 한 번에 친환경 설비를 제공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산단공은 개별형 사업에서 총 24개의 과제를 수행했다. 묶음형 사업에선 3개의 과제를 진행했지만 참여 기업은 41곳으로 개별형 사업(44곳)과 비슷했다.
묶음형 사업은 ‘범용설비 사업화 지원(렌털형)’과 ‘공동활용시설 인프라 종합지원(단지형)’으로 구분된다. 렌털형 사업은 전문기업이 정부와 함께 초기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적용 기업은 이들에게 월 대여료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단지형 사업의 경우 산단 내에서 컨소시엄을 형성해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을 설계·구축하게끔 지원한다. 두 사업 모두 △폐열·미활용 에너지 재활용 설비 △에너지 고효율 설비 △최적운전 제어시스템 및 데이터 모니터링·측정 시스템 △화석연료 대체 설비 등 온실가스·에너지 절감 효과가 가능한 장치를 최대한 많은 기업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영기계 등 렌털형 사업에 참여한 업체뿐 아니라 녹산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처럼 단지형 사업에 참여한 곳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 조합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산단공의 지원을 받아 폐수의 폐열을 이용한 히트펌프를 도입하고 폐수처리장 내 제어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을 통해 녹산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은 서울의 한 환경설비 업체를 소개받았다. 이 조합에 속한 15개사는 에너지를 총 195.4toe만큼 절감했으며 온실가스도 335톤이나 감축했다.
녹산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이 이 사업에 지원한 이유는 ‘폐수 처리비용’ 때문이었다. 이 조합은 염색업을 주로 영위하는 업체들이 모인 곳이다. 이경식 이사장은 “폐수 처리비용을 줄이는 것이 염색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이지만 비용 효율성이 높은 설비를 도입하기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해 산단공으로부터 설비 고도화 비용의 70% 이상을 지원받음으로써 조합원들의 애로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녹산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은 환경부와 함께 슬러지(sludge·하수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를 대폭 줄일 수 있게끔 설비 고도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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