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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신호탄...韓통상 '자국 우선주의'에 무방비 노출될수도"

[ 지금 한국은 안보·경제 다층 위기<하-경제> ]

■서경펠로 긴급진단-무역통상 부문

자유무역서 보호무역 회귀, 수출의존 한국에 치명타

각국 각자도생에 언제든 표적 전락...외교적 관리 필요

FTA론 한계...산업경쟁력 키우고 新통상정책 세워야





미국을 위시한 글로벌 강대국들이 자국(自國) 우선주의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 편 내 편’할 것 없이 통상 무대에서 힘자랑을 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끝내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은 다음 달 초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자주의·자유무역 수혜국들이 이제는 자국 이익을 내세워 각자도생하겠다며 힘으로 상대편 제압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강대국들의 이런 움직임은 우리나라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 치명적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은 40%를 넘는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글로벌 무역분쟁이 확산하면 오는 2022년 한국의 실질 GDP 감소 폭(3.34%)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이어 두 번째로 클 것으로 판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는 깨졌다(The WTO is BROKEN)’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종이호랑이’가 된 WTO 제소가 사실상 유일한 대책이다. 전략적 외교 노선 수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 없이는 새로운 통상질서하에서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글로벌 통상에서 나타나는 자국 우선주의의 신호탄에 불과하며 앞으로 한국을 겨냥한 다양한 형태의 무역공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2등은 필요 없는 승자 독식 시대”=전문가들은 앞으로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면 결국 경제 블록화가 발생해 승자 독식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좋든 싫든 어느 한 경제 동맹으로의 재편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는 만큼 신(新)통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보호무역주의의 특징은 좀 더 심화하면 경제 블록화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처럼 급격한 기술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이 겹치면 2등은 의미가 없고 승리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얻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우리도 이제는 어느 경제 블록에 들어가야 할지 전략적인 고민을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국제 통상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중립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고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동맹을 선택하느냐는) 생존까지 달린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노성 동국대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곽 교수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정책을 펼쳤는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졌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정책의 방향성 자체를 바꿀 것이 아니라 평소에 꾸준한 외교 관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본 수출규제 시작에 불과=일본 정부가 취한 수출규제 조치는 우리 국민들에게 보호무역주의의 심화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도 범사회적으로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가 원칙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으로 다른 강대국들이 일본과 비슷한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없는 탓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현재의 국제 통상 질서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감정적인 대응을 한다면 우리는 고립된 국가로 갈 수밖에 없다”며 “국제 관계에서는 일본에 자신 있게 대응하되 다른 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근본적인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비판했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WTO 내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등의 개발도상국 지위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런 우려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잃으면 관세와 국내 보조금 분야에서 혜택을 받던 농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는 “각 국가가 국익 차원에서 보호무역조치 등을 취하고 있는데 강대국이 아닌 입장에서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고 이필상 서울대 교수도 “현재 벌어지는 대외 경제 상황은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 됐기 때문에 해외 경제 영토를 확대하는 노력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전했다.

◇외교 노력과 산업 경쟁력 확보 시급=글로벌 무역질서가 자국 우선주의와 힘겨루기 양상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외교적 협상 노력을 기본으로 하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물밑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숙명이라는 얘기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사례에서 보듯 강대국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내세워 상대국을 압박하는 만큼 무엇보다 최선의 방어 무기가 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김 교수는 “외교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기업이 해야 하기 때문에 규제를 과감하게 해소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이 어느 정도 조정된 것처럼 노동과 관련된 규제를 너무 이상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탄력근무제 등을 적극 도입하는 등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 교수도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은 일본이 2010년 중국에 희토류 수출 규제를 받은 후 이를 국산화하고 수입 다변화에 나선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작은 소재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기업이 나서 공장을 설립하려 하면 생산성이 안 맞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때 정부에서 산단이나 기업 연합체를 구성해 지원해주는 방안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 역시 “경제팀을 강화해 우리 경제가 자립할 수 있는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며 “일본의 수출규제를 예로 들면 부품이나 소재 산업을 제대로 발전시켜 도리어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에 의존하는 전략을 펼쳐야 하는데 그런 산업정책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세종=정순구·한재영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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