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주로 투자하다 설정한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채권 투자로 전환되는 목표전환형 펀드 투자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국내 증시 부진으로 목표 달성은커녕 손실을 보는 펀드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주식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목표전환형 펀드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목표전환형 펀드가 좀처럼 성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설정된 107개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9.83% 수준이다. 올 초 반짝 반등하기도 했지만 이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3개월간 수익률도 -5.51%에 그친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것이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에 관련 펀드들이 당초 설정했던 5~8% 수준의 목표수익 달성도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별 상품으로 보면 수익률 하위권을 차지하는 대다수가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다. 가령 ‘BNKKOSDAQ150분할매수목표전환형’의 경우 최근 1년간 -30.51%, 3개월간 -21.18%의 저조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펀드는 TIGER코스닥150·KODEX코스닥150 등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 증시 기반이다. 국내 주식을 90% 이상 편입한 ‘DB신성장포커스목표전환형’ 역시 최근 1년 수익률이 -25%에 그친다.
다만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은 양호한 성과를 보인다. 유럽과 중국에 투자하는 ‘KB든든한유럽고배당목표전환’과 ‘하이천하제일중국본토목표전환형’이 각각 최근 1년간 5.71%, 4.66%를 기록하면서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사정이 이렇자 발을 빼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1년간 목표전환형에서는 2,10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한때 1조4,000억원을 넘어섰던 순자산 규모도 최근 1조원 밑으로 떨어져 9,717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운용사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상품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의 자료를 보면 올해 설정된 상품은 7개에 그치며 이마저도 해외 시장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 대다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증시 침체로 목표전환형 펀드들의 목표 수익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펀드의 침체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지부진한 증시로 목표전환 펀드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이를 외면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며 “향후 증시 역시 비관적인 전망이 많은 점에 비춰보면 이 펀드의 침체기도 당분간 해결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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