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와 물음표를 잃어가는 삶은 쓸쓸하다. 이것은 비유가 아니다. 누군가와 재미없는 대화를 끝낸 뒤 문득 돌아보면 그 대화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극히 적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꼬마 니콜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장자크 상페는 뉴욕의 풍경과 사람을 담은 책에서 뉴요커의 특이한 말버릇을 발견한다. 뉴요커에게는 뻔한 이야기, 나도 왕년에 해본 경험이 없다. 그들은 대화할 때 끊임없이 상대의 화제에 느낌표와 물음표를 찍어주며 서로의 삶과 이야기를 북돋는다. 누군가가 “나는 이랬어”라고 말할 때 “어. 근데 나는”으로 받아치며 끊임없이 주어를 쟁탈하는 소모적인 대화가 아닌 “어머 그래. 넌 그렇게 느꼈구나. 그다음엔 어떻게 할 거야”라며 끊임없이 주어를 너에게로 돌리는 화법. 상대를 신나게 하는 말하기란 이런 것이다.
대화할 때 너의 경험과 발견에 나의 더 많은 경험과 주장을 보태며 으쓱거리기는 쉽다. 이 손쉬운 화법을 아무 데에서나 거리낌 없이 남발하는 사람을 흔히 ‘꼰대’라 한다. 반면 아무리 사소한 경험에도 감탄하고 놀라며 나의 감정과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과 신나는 대화 끝에 우리는 비로소 ‘친구’라는 말을 떠올린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