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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악재 많은데 ... '집안싸움'만 하는 K바이오

<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분쟁>

국내외 소송 외 비방전까지 번져

신뢰 하락에 승자없는 싸움 될판

<DTC 규제 샌드박스 불협화음>

1위 마크로젠 단독으로 협상 나서

유전체기업협의회 내부 갈등커져

<당국은 K바이오 주도권 다툼>

복지부-식약처 등 부처 칸막이에

허가된 의약품도 보험등재 심사서 좌절

# 주름 개선과 피부미용에 효능이 있어 ‘회춘의 명약’이라 불리는 국내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시장은 올 들어 국내 업체의 다툼으로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시장 1위 업체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툴리눔톡신의 균주 출처가 수상하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양측의 공방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를 시작으로 국제적인 소송전으로 비화했고 결국 서로를 흠집 내기 바쁜 비방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바이오 산업이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의 품목허가 취소와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임상3상 실패 논란, 한미약품의 비만·당뇨 치료제(HM12525A) 기술 수출 실패로 어수선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업체 간 분쟁이 잇따르면서 내우외환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하나로 뭉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안방에서의 갈등으로 ‘제 살 깎아먹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최근 메디톡스를 상대로 대웅제약이 침해한 영업비밀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인지 밝히라며 명령문을 발송했다. 4년 가까이 끌어온 양측의 법정 공방이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미국과 별도로 국내에서도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다툼이 ‘승자 없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국산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뢰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 보툴리눔톡신 신제품을 출시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소송 제기로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국내 최초로 출시한 ‘메디톡신’ 역시 갑자기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제기되면서 입지가 난처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을 놓고 양측이 소송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K바이오’의 신뢰만 갉아먹고 있다”며 “감정싸움이 아닌 실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조기에 양측이 합의에 나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의 주가는 4월16일 20만6,000원에서 이달 12일 15만4,000원으로, 메디톡스의 주가는 같은 기간 62만1,700원에서 41만4,700원으로 폭락했다.

2월에는 소비자직접의뢰유전자검사(DTC) 시장을 놓고 K바이오가 한 차례 내홍을 치렀다. 차세대 헬스케어 산업의 총아로 불리는 DTC는 개인의 유전자가 담긴 혈액·침·머리카락 등을 분석 업체에 보내면 건강상태와 질병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는 규제에 묶여 탈모나 비만 같이 건강과 관련한 12개의 항목만 이용할 수 있어 규제 완화 목소리가 잇따랐고 일부 업체는 협회를 탈퇴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정부가 DTC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논란이 본격화됐다. 보건복지부가 DTC 전문기업 단체인 유전체기업협의회와 규제 완화를 협의하는 도중에 업계 1위이자 회장사인 마크로젠이 단독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 업계 유일한 1호업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마크로젠의 독단적인 행보를 둘러싸고 비난이 잇따랐다.



업체 간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정부 부처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K바이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놓고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부처 칸막이’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장 DTC 서비스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도 복지부는 불허했지만 산업부가 2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복지부와 식약처의 마찰도 잦다.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등재 심사 과정에서 좌절되는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일례로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국산 24호 신약 ‘시벡스트로’는 식약처뿐 아니라 유럽의약품청(EMA),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까지 받았지만 심평원이 미국 가격의 33%에 불과한 수가를 제시해 국내 출시가 무산됐다.

5월 발표된 ‘바이오 산업 혁신전략’을 앞두고도 불협화음이 재연됐다. 정책 발표를 앞두고 같은 바이오벤처에 산업부·복지부 등이 제각기 정부 건의사항을 요구했다. 당시 건의사항을 제출했던 업체 관계자는 “똑같은 내용을 거의 비슷한 날짜에 세 기관에 동시에 보내며 황당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K바이오를 비메모리 반도체와 미래형 자동차를 잇는 한국의 3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상황에서 안방에서 소모적인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소송전과 비방전을 중단하고 정부도 부처 칸막이를 허물어 K바이오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헬스 산업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에 그 어느 분야보다 민간과 정부의 호흡이 필수적인 분야”라며 “내부적인 갈등으로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1조달러가 넘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상생과 협력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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