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부대 내에서 거동 수상자를 발견하고도 체포치 못한 것은 물론 사건 조사 과정에서 무고한 병사에게 거짓 자백까지 제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군 경계망을 뚫고 강원도 삼척항으로 진입한 ‘북한 목선’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이해진 군 기강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 터진 터라 야당을 중심으로 한 국정조사 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12일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4일 평택에 위치한 해군 제2함대 사령부 무기고 인근에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 수상자가 근무 중인 경계병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병사 두 명이 암구호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려 했으나 거수자는 곧바로 도주했다. 해군은 기동타격대, 5분 대기조 등을 투입해 수색을 실시했으나 그를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게다가 조사 과정에서 영관급 장교가 병사에게 허위 진술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병사는 조사 당시 “거수자가 본인”이라고 진술했다가 다시 “사실이 아니다”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북한 목선 사태가 발생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군은 경계작전의 실패는 물론 군 수장인 합참의장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등 보고체계의 문제까지 드러냈다”며 “사건 은폐를 위해 힘없는 병사에게 거짓을 강요하고 진실을 조작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허위 진술한) 병사와 접촉마저 막고 있다”며 “무슨 근거로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초 신고한 초병 증언과 주변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외부로부터 침투한 대공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게 해군이 내린 결론이다. 현재로서는 부대원 소행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아직 거주자 신병 확보가 되지 않은 데다 △사건 발생 3시간 만에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자체 결론을 내렸고 △수색 중 부대 골프장 입구 아파트 울타리 아래에서 ‘오리발’이 발견됐다는 점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시 발견된 거수자가 긴 팔·긴 바지에 백팩을 메고 있었다는 점도 김 의원 측이 수상하게 여기고 있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김 의원은 “동해와 서해에서 연이어 발생한 경계 실패뿐만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황 등으로 볼 때 군의 자정능력은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며 “막연한 안보, 막연한 평화에 대한 환상이 우리 군 기강을 무너뜨린 단명을 보여준 터라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군은 도주자 신원 추적 조사는 물론 병사에게 허위 자백을 제의한 간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적절한 처분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연이은 사태로 군 기강 해이는 물론 안보 불안까지 초래하고 있는 만큼 대대적 국정조사가 절실하다는 게 김 의원 측 주장이다.
/안현덕·송종호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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