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에 사로잡혀 세계를 잘못 보고 있습니다.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비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책 ‘팩트풀니스’의 공동 저자인 안나 로슬링(사진)은 10일 중구 정동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방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세상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빠지지 않고 있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사실충실성’으로 해석되는 이 책은 2018년 4월 영문판 첫 출간 이후 전 세계에서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출간 4개월 만에 8만 부 이상이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 저자인 시아버지 한스 로슬링 박사는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공중보건 전문의로 테드(TED) 최고의 스타 강사였지만 지난 2017년 타계했다. 이 책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가 미국의 모든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들에게 선물해 더욱 주목받았다.
책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질문 13개가 담겨 있다. 인간의 평균 정답률은 16%로, 침팬지 33%의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팩트에 기반할 경우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슬링은 책이 지나치게 희망적이거나 낙관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자신은 ‘가능성 옹호주의자’로 규정했다. 그는 “사람들이 오류에 집중하다 보면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며 “사실에 기반해 판단하고 효과적인 결정을 하라는 것은 낙관주의도 비관주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책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진짜 뉴스’가 ‘가짜 뉴스’를 ‘팩트체크’까지 해야 하는 ‘탈진실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대부분 팩트에 기반한 진짜 뉴스인데도 가짜 뉴스가 많아 보이는 것은 인류의 정보 처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가짜 뉴스 논쟁 자체가 희망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짜 뉴스’라는 부정적 대상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로슬링은 “각국의 데이터를 1950년대부터 수집하고 집계했지만 대중이 사실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시기는 얼마 안 됐다”며 “우리가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우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전했다.
그는 테스트 질문 결과 한국의 정답률이 가장 높았던 데 대해서는 “엄청나게 빨리 놀라운 변화와 발전을 했기 때문에 세상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믿음이 있을 것”이라며 “높은 교육열과 높은 교육 수준 역시 남한 사람들의 정답률이 높은 원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은 우리가 최고라는 자세로 살아왔지만 경제 둔화를 경험하고 있고 많은 흥분된 일이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긍정·부정적인 태도와 경험이 정답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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