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사명 변경을 놓고 사내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으로 가입한 후 ‘영업력 강화’를 위해 ‘현대’ 이름을 붙이느냐에 대한 논란이다.
8일 현대상선은 사내 통신망에 사명변경 의견수렴을 위한 토론방을 만들어 의견을 받고 있다. 최근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현대상선은 내년 2·4분기부터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인도해 반전을 꾀하기 위해 영업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상선 사명변경의 쟁점은 결국 ‘현대’로 그대로 가느냐, ‘현대’를 떼어내고 새 출발을 하느냐다. 직원들 반응도 ‘현대’라는 이름이 영업에 도움이 된다, 안 된다로 갈리고 있다. 현대를 떼고 새 사명을 쓰자는 직원들은 해운업 위기 당시 한진해운 파산으로 현대상선에 대한 신뢰까지 추락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한진해운의 갑작스러운 파산 때문에 화물을 제때 운송하지 못한 화주들의 ‘패닉’이 한국 해운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2M(머스크·MSC)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운영할 때도 일부 화주들이 2M 측에 ‘현대상선 배에는 자기 화물을 싣지 말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현대상선이란 이름이 영업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대쪽에서는 사명변경이 실효는 없고 혼란만 가져온다는 주장을 편다. 지난 1983년부터 써온 현대상선이라는 이름을 바꾸면 화주들이 오히려 신생업체로 오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영업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사명이 아니라 시스템이나 다른 환경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회사의 호시절에 입사한 일부 고참 직원들 중에는 현대상선이라는 이름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변경이 이뤄질 경우 사명은 ‘한국상선(Hankook Merchant & Marine)’ 또는 ‘HMM’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상선은 국내 대표 원양 컨테이너 선사라는 상징성이 높이 평가 받는다. HMM은 SK(선경)나 LG(럭키금성)처럼 영문 이니셜을 그대로 회사명으로 하는 경우다. 두 이름 모두 최근 바꾼 기업이미지(CI)를 다시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배재훈 사장과 박진기 부사장 또한 한진해운 출신 직원 100여 명이 현대상선에 새로 합류했다는 점에서 새 사명을 쓰는 게 좋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사명 변경에 대한 의견 수렴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시한을 정해놓고 하는 작업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