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윅’은 이제 액션영화 팬뿐 아니라 라이더들까지 사로잡았다. 최근 개봉한 3편에서는 주인공 존 윅이 경주마를 타고 모터사이클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바이크에 올라 칼을 휘두르는 또 다른 장면은 국산 영화 ‘악녀’를 오마주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연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경력 30여년의 모터사이클 마니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라이더들 사이에서 “드디어 리브스가 제대로 바이크 액션을 찍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리브스는 20대 초반 독일 뮌헨에서 영화를 찍던 중 만난 여성 라이더로부터 바이크 타는 법을 배웠고 가와사키 KLR 600, 노튼 코만도 등의 기종으로 바이크 라이프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애착은 자신만의 바이크를 만들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리브스는 지난 2007년 유명한 수제 바이크 제작자인 가드 홀린저에게 자신의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개조를 맡겼고 결과물에 반해 홀린저에게 공동 창업을 제안했다. 홀린저는 이를 거절했지만 “유한한 인생에서 뭔가 멋있는 걸 만들어 남겨보자”는 리브스의 말에 흔들렸다고 한다. 그리고 2011년 캘리포니아에서 ‘아치(Arch)모터사이클’을 창립했다.
관련기사
아치모터사이클은 3년 후인 2014년 첫 제품인 ‘KRGT-1’을, 2017년에는 ‘KRGT-1s’와 ‘메소드 143’을 선보였다. 모두 최고급 수제 바이크다. 2,343㏄ V트윈 엔진을 장착한 메소드143은 섀시와 휠을 탄소섬유로 만들고 모토GP용 바이크처럼 100% 티타늄 배기관을 적용했다. 올린즈와 함께 개발한 서스펜션, 알루미늄 연료탱크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최고급 가죽 시트 등 고급 소재와 부품으로 23대만 한정 제작했으며 가격은 7만8,000달러(약 9,095만원)부터다.
아치모터사이클은 ‘퍼포먼스 크루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메리칸 크루저를 기본으로 하지만 스포츠 바이크에 가까운 성능을 지향한다. 오너의 주문대로 맞춰주는 비스포크 바이크 제조사이기도 하다. 전 세계 어디서든 주문할 수 있지만 배송료와 국내 환경검사 비용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경제력이 필요하다.
리브스와 홀린저는 아치모터사이클을 “대중적인 바이크 브랜드로 키울 계획은 없다”고 밝혀왔다. 급진적이면서도 희소한 바이크를 만드는 회사로 남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구경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멋지게 모터사이클을 즐기며 자신만의 바이크 제조사까지 차린 리브스가 부러울 따름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