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한림원 회원 80% 이상이 우리 경제가 장기·구조적으로 저성장세를 이어가는 L자형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급한 과제로는 절반 가까이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성장 산업 육성’을 꼽았다.
한국공학한림원은 3일 회원 261명을 대상으로 ‘한국산업의 구조전환’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8%가 ‘향후 한국 경제는 장기·구조적 저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L자형은 천천히 불황을 보이면서 회복 국면을 나타내지 않은 채 5~10년의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중기 침체 후 V자형 회복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16.1%에 그쳤다.
L자형 침체 원인에 관해 내부적으로는 ‘노동시장 경직·투자·고용 부진(51%)’을 가장 많이 꼽았고 ‘산업 구조조정 실패와 신성장동력 부재(36.8%)’가 뒤를 이었다. 외부적으로는 ‘중국의 부상 등에 따른 글로벌 기술격차 감소와 기업경쟁력 약화(74.3%)’가 압도적이었다.
‘기업 차원의 선제적 미래 대응에 장애요인’을 묻자 ‘효율적 자원배분을 저해하는 경직적 노동시장’(65.1%)이 문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지나친 정치 논리와 경제에 대한 정치의 갑질’(54.2%)이 뒤를 이었다.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신성장 산업육성’이 49.8%로 가장 많았고, ‘고용·노동시장 개혁’이 36.8%로 그 다음이었다.
‘전통 주력 제조업이 경쟁력을 얼마나 유지할 것 같냐’라는 질문에는 60.5%가 5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기술 기반 신산업이 미래 주력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는 63.2%가 ‘5년 초과 10년 이내’라고 답했다.
한국 주력 제조업의 최근 경쟁력 약화 또는 위기가 구조적 문제라는 주장에는 98.1%(매우 공감 59.0%, 대체로 공감 39.1%)가 의견을 같이했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2.9%로 1997년 말 IMF 사태 이후 최저치이고 재고율은 116%로 최고치”라며 “5년 내 주력산업 구조개편을 못 하면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학한림원은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기기 등을 ‘지속성장 산업군’, 조선·자동차·건설 등을 ‘구조개편 산업군’, 바이오·5G(세대)통신·2차전지 등을 ‘신성장 산업군’으로 분류했다. 이들을 관통하는 ‘융복합 기반기술’로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소프트웨어, 스마트팩토리라고 꼽았다.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은 “더 늦기 전에 전략산업별로 구조전환 방안을 마련해 지속성장을 추진해야 한다”며 “2년에 걸쳐 ‘산업 전환(Industry Transformation)2030’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공학한림원은 오는 9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이동면 KT 사장, 노기수 LG화학 사장,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미래전략포럼을 열기로 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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