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기존 충성고객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불황일수록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비용을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 뿌리기보다는 로얄티 높은 고객에 혜택을 주는 폐쇄형 마케팅에 지갑이 열린다. ‘불황엔 단골장사’ 유통상식은 이번에도 통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매출우수고객(MVG) 최소 기준을 연 1,500만원에서 연 400만원으로 대폭 낮춘 새로운 VIP 등급을 신설했다. 백화점 매출우수고객은 백화점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상징성 있는 고객으로 적게는 연 1,500만원부터 많게는 연 1억원을 백화점에서 소비하는 고객이었다. 롯데백화점이 기존 MVG의 30% 정도 소비 금액으로 새로운 VIP 등급을 신설한 것은 업계에서 파격적이란 평가다. VIP 회원은 백화점 주차장 3시간 무료 이용, 롯데카드 구매 시 할인쿠폰 필요없이 최대 7% 할인 등 알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백화점 단골 고객인 우수고객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 보다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충성고객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 깔렸다.
기존 VIP 고객을 더욱 공고하게 묵는 것 역시 백화점 단골 마케팅 전략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우수고객을 관리하기 위해 9월 말 대전의 한 고급 주택가 골목에 VIP 커뮤니티를 만든다. 주로 백화점 안에 감춰져 있던 VIP 전용 공간을 백화점이 아닌 외부 주요 상권에 오픈하는 업계 첫 시도다. 휴식은 물론 강연, 일대일 쇼피은 물론 강연, 문화공연까지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충성도 강한 VIP고객이 느끼는 만족도를 더욱 높인다는 단골 마케팅의 일환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대전을 시작으로 추이를 보면서 서울권에도 접목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단골 마케팅은 e커머스에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롯데쇼핑은 단골 마케팅의 대표적인 방식인 유료멤버십서비스를 도입한다. 롯데 e커머스 사업본부는 이날 유료멤버십 서비스 ‘롯데오너스(LOTTE ONers)’를 선보인다. 매달 2,900원의 회비를 내면 롯데쇼핑 7개 계열사(백화점·마트·슈퍼·롭스·홈쇼핑·하이마트·닷컴) 쇼핑몰에서 무료배송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상품 구매 시 엘포인트를 최대 2% 적립해준다. 롯데그룹의 비유통 계열사의 오프라인 매장인 롯데월드 어드벤처 자유 이용권은 44%, 롯데콘서트홀의 낮 공연은 20% 할인받을 수 있고 롯데렌탈에서 단기 렌터카를 최고 80% 할인받을 수 있다. e커머스 업계의 단골 포섭 방법인 유료멤버십 서비스는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4월 이베이코리아에서 ‘스마일클럽’을 론칭하며 첫 선을 보인 이후 쿠팡 등으로 적극 확산되고 있다.
불황일수록 단골 고객에게 힘을 쏟는다는 공식은 외식업계에서도 통용된다. 치킨업계 1위인 교촌치킨의 경우 연 12회 교촌치킨을 주문하는 고객을 ‘단골’로 분류하는데 3%의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가 넘는다. 이에 교촌 치킨은 단골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월 론칭한 자체 주문 앱 ‘교촌 1991’에 멤버십 회원만 누릴 수 있는 전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주문 앱을 통해 치킨을 구매한 회원이 일정 포인트를 받으면 이를 통해 경품 이벤트에 참여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의 평화의 씨앗 팔찌, 배지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학대피해 아동의 심리 치료를 위해 사용된다. 교촌치킨의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회공헌 활동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까지 더한 셈이다. 이 같은 서비스에 힘입어 교촌치킨의 자체 주문 앱은 출시 후 약 80일 만에 누적 주문 이용금액이 50억원을 돌파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도 VIP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매장 방문횟수와 사용금액 등 이용실적에 따라 마니아와 마니아플러스의 두 단계로 나뉜 VVIP 고객 멤버십 제도인 ‘빕스 마니아’를 운영 중인 빕스는 최상위 우수고객에게는 혜택의 양과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올 1·4분기(1~3월) 빕스 마니아 고객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고, 고객 수는 20%나 증가했다. 빕스는 매주 수요일을 ‘마니아 데이’로 정해 최대 15%의 할인혜택과 함께 샐러드바 무료이용권이나 맥주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단골 마케팅이 화두로 떠오른 데는 불황 보릿고개를 넘는데 신규 고객 보다는 오히려 충성 고객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회원 보다 회원 매출 비중이 더 높은 데다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것도 한 몫 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있는 단골 고객에 대한 충성도가 곧 매출로 연결된다”며 “과거 단골 마케팅이 오프라인 위주였다면 이제는 e커머스 중심으로 단골 마케팅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김현상·허세민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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