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이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뉴냅스는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 장애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뉴냅 비전’(사진)의 임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고 1일 밝혔다. 뇌 손상으로 인한 시야 장애는 안구와 시신경에 이상이 없음에도 시각정보를 인식하는 시각중추가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뉴냅 비전은 가상현실(VR) 현실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제다. 시야장애가 있더라도 특정한 시각 자극이 뇌의 무의식 영역에 전달되도록 하는 원리다. 통상 뇌졸중 등으로 뇌가 손상된 환자의 20% 정도가 시야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참여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의약품을 접목한 디지털 치료제는 이미 차세대 의약품 시장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올해 초 미국 벤처기업 피어테라퓨틱스와 조현병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피어테라퓨틱스는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약물중독 치료용 소프트웨어 ‘리셋’을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받은 기업이다.
의약품 기반의 디지털 신약은 이미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정식으로 승인받아 판매에 돌입했다. 일본 오츠카제약과 미국 벤처기업 프로테우스디지털헬스가 공동 개발한 ‘아빌리파이’가 포문을 열었다. 조현병·양극성장애 치료제인 아빌리파이는 겉모습만 보면 일반 알약과 같지만 알약 내부에 초소형 칩셋이 들어있다.
환자가 약을 복용하면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제작된 칩셋이 위산에 반응해 신호를 보낸 뒤 약 성분과 함께 소화된다. 약 자체의 효능은 기존 의약품과 엇비슷하지만 치료 효과는 월등하다.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거나 용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정신질환자의 복약 여부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치료 효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국내에 생소하지만 향후 10년 내 차세대 의약품 시장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17억3,000만달러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오는 2015년 86억7,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7년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이 참여하는 디지털치료제협회(DTA)까지 출범했다.
강동화 뉴냅스 대표는 “‘뉴냅 비전’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전 세계 시야장애 환자들을 위한 가상현실(VR)기기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라㎛며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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