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009240)을 떠난 한 직원은 가구를 만드는, 또 다른 직원은 소비자와 가구를 연결해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어요. 그 직원들을 다시 모셔올 생각입니다. 한샘과 미래의 젊은 세대가 창업에 도전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그들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한샘 안에 창업을 꿈꾸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29일 서울 종로구청 인근 쌍쌍호프. 약속 시간인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대학생들이 하나 둘씩 테이블을 채웠다. 이영식 한샘 사장이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겠다고 마련한 ‘청춘공감 호프데이’ 행사 자리였다. 쌍쌍호프는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들과 만나 소통한 곳이기도 하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 스타트업 대표,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 등 10여명은 이 사장을 비롯한 한샘 직원들과 큰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이들은 두 시간 동안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맥주 잔을 부딪쳤다.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좋아진 사내 복지에 대한 얘기부터 나왔다. 한 여직원은 “회사가 우리 아이를 키워주고 있는 셈”이라며 “5살 아이와 손잡고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함께 퇴근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샘 본사 직원 중 절반은 여성이다. 한샘은 여직원의 임신부터 육아까지 책임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어린이집, 육아휴직, 장려금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정광현 노무팀장은 “솔직히 삼성전자만큼은 못하지만 관련 업계에서 최고의 복지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 옆자리에 앉아 있던 가구 스타트업인 송영우 2F 스튜디오 대표는 “지난해 정부 지원을 받아 창업했는데, 가구산업은 스타트업에 대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다”며 “제작을 할 때 업체를 찾아도, 우리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많다. 그래서 중국업체를 찾는 경우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사장은 “창업의 가장 어려운 일은 시제품을 만들고 벤더를 찾는 것”이라며 “올 하반기 청년들을 대상으로 제품 공모전을 열 계획인데, 이를 통해 창업가 여러분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론칭하는 일까지 돕고 싶다”고 약속했다. 김윤희 디자인실 상무는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보다 제품을 선택하는 분(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며 조언을 전했다.
이 사장은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샘은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일류발전에 공헌하겠다는 미션을 세운 기업”이라며 “앞으로의 50년은 스마트홈, 스마트시티가 키워드다. 새로운 세대의 생각과 창의성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2시간 넘게 이어진 술자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이 사장의 휴대폰 번호가 새겨진 명함과 앤젤라 더크워스가 쓴 자기계발서 ‘그릿’을 받고 헤어졌다. 이 사장은 “고등학생 때는 판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대학생 시절에는 문래동 공장에서 일했다”며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시작한 한샘 생활이 벌써 24년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걸 잊지 말자”고 인생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남겼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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