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하반기 시내면세점 3곳,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8곳 등 총 11곳의 입찰이 마무리되거나 입찰권이 나오면서 면세점 업계 큰 장이 선다. 시내면세점 입찰은 부정기적인데다 공항면세점 선정은 5년마다 돌아오는데, 시내·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이 올해 하반기 연이어 일어난다. 대규모 입찰로 면세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서울 시내 면세점 3곳 입찰 마감인데다 이르면 같은 달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12개 구역 중 8곳에 대한 입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대표적인 ‘제로섬’ 산업으로 면세업체들이 한정된 파이를 서로 뺏고 뺏기는 상황에서, 대규모 입찰을 앞둔 면세업계의 눈치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 5월 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를 열고, 대기업 몫 시내면세점 3곳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신청 기업 대상으로 특허심사를 거쳐 오는 11월 최종 사업자가 선정된다. 출국장 면세점 8곳의 만기는 내년 8월이지만, 사업권 선정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인천공항공사는 이르면 연말에는 공항면세점 입찰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시내면세점을 두고 대기업 면세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당초 서울 시내면세점은 1곳 정도 추가될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깨고 3곳이 입찰로 나왔기 때문이다. 시내면세점 입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백화점면세점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강남점의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를 위해 동대문이나 신촌에 참여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내년 말 여의도에 서울 시내 최대 규모로 백화점이 들어오는 만큼, 입찰에 ‘1+1’으로 참여해 동대문·신촌 외에 여의도에도 오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선 롯데면세점도 동대문에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인 피트인(FITIN)에, 과거 2015년 입찰에 참여했던 적 있어 들어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6년 워커힐면세점 폐점으로 면세사업을 접은 한화도 다시 워커힐 자리에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내면세사업권이 예상보다 여러 장이 나온데다, 한정된 구매력을 나눠야 하는 면세업 특성상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불안때문에 시내면세점 입찰을 둔 소문이 더욱 무성한 상황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12개 구역 중 1·5·8·11구역을 뺀 8개 구역에 대한 입찰을 빠르면 11월 열린다.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 임대기간이 내년 8월을 끝으로 종료됨에 따라 후속사업자 선정을 위해, 인천공항공사는 현재 구역 재조정 등 입찰 방식에 대한 컨설팅을 맡겨 진행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은 지난해 총 연매출(판매액 기준) 1조8,488억원을 기록했다.
공항면세점은 1~8구역은 대기업용, 9~12구역은 중소·중견기업에게 운영권이 있다. 공항면세점 중에서도 대기업 전용 8개 구역, 그 내에서도 내년 8월에 만료되는 신세계 1곳·신라3곳·롯데1곳 총 5곳이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출국장 대기업 면세점의 현재 성적표는 롯데가 1곳, 신라 3곳, 신세계 4곳이다. 국내 면세점 점유율 1위 업체인 롯데면세점은 매장 수가 가장 적은데다, 절대적이었던 국내면세점 점유율마저 40% 아래로 떨어지고 있어 이번 공항 입찰을 통해 다시 한번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5년 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4조원에 이르는 과도한 임대료를 써 내 입찰을 포기하면서 면세점 입찰에는 무조건 승전포를 울려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인천공항은 세계 1위 공항으로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은 면세업계의 글로벌 진출 시 노하우를 판단하는 징표가 되기 때문에 업체 간 신경전도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관건은 추경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 여부다. 이 법안은 현 공항면세점 임대차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통과될 시 인천공항 입찰 자체가 무산되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자들은 임대기간 연장을 통하고 있지만,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관세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입법이 통과될 경우 면세점 업계의 희비가 극명히 나릴 것”이라며 “입법이 무산돼 입찰이 진행될 경우, 인천공항면세점은 업계 1·2위인 롯데와 신라의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