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취임 1주년을 맞는 하현회(사진) 부회장이 이끄는 LG유플러스(032640)가 ‘무서운 추격자’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사업의 주축인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터넷(IP)TV 부문 약진으로 ‘3등’ 꼬리표를 뗄 듯한 기세에 SK텔레콤과 KT의 견제도 거세다. 취임 일성으로 업무방식의 변화를 주문한 ‘전략통’ 하 부회장의 1등 비전이 조직원들 사이에서도 구호를 넘어 ‘해볼 만한’ 도전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0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5G 가입자가 지난 10일 100만 명을 돌파해 150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LG유플러스가 3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나타내며 선전 중이다. 올해 1·4분기 기준 이통 3사 시장점유율(알뜰폰 포함)은 SK텔레콤이 47%, KT가 31.6%, LG유플러스가 21.4%로 5대 3대 2 구도지만 5G 만 보면 4대 3대 3으로 오랜 시장질서에 변화가 나타나는 셈이다. LG유플러스가 최근 광고 등을 통해 ‘5G 속도 1위’를 알리자 이동통신 1·2위 사업자 SK텔레콤과 KT가 지난 26일 약속이라도 한 듯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제히 ‘조작이 의심된다’, ‘인정할 수 없다’며 반격에 나선 것도 그만큼 LG유플러스의 추격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5대 3대 2 구조였던 인터넷(IP)TV 분야에서도 LG유플러스는 잔잔한 연못에 커다란 바윗돌을 떨어뜨린 정도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제휴해 콘텐츠 경쟁력을 끌어올린 ‘U+tv’는 올해 1·4분기 가입자 13만명을 새로 확보하며 KT(11만4,000명·위성포함), SK브로드밴드(11만9,000명) 등을 제쳤다. 지난 1·4분기 말 IPTV 3사 점유율은 KT가 47%, SK브로드밴드 28.6%, LG유플러스 24.5%지만, 이를 완전히 뒤집은 실적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2위(SKB)보다 3위(LGU+)의 추격이 훨씬 두렵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 인수작업을 진행 중이어서 유료방송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가 보여준 ‘괄목상대’의 중심에는 하 부회장이 서 있다. ㈜LG에서 시너지 팀장을 맡은 ‘전략통’인 그는 지난해 8월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장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임직원이 일등 비전을 실현하는 LG유플러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년간 사나흘에 한 번씩 고객센터와 대리점, 연구개발(R&D)센터 등 현장을 누비며 조직원들과 비전을 공유했다. LG유플러스가 무서운 추격자로 변모한 데는 CJ헬로 인수 추진과 넷플릭스 도입, 업계 최저가 롱텀에볼루션(LTE) 무제한 요금제, 차별화한 5G 콘텐츠와 기술 등 굵직한 판단도 작용했지만 이 같은 현장 경영도 주효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LG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경쟁사가 한참 멀어 보였는데, 이제는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순항했지만 ‘하현회號’ 앞에는 거친 파도가 계속 몰려오고 있다. 5G 가입자가 계속 늘면 기존 ‘5대 3대 2’ 구도로 언제든 회귀할 수 있다는 예측이 적지 않다. 경쟁사들 역시 만만치 않은 자본력과 영업 기반을 갖춰서다. 이에 대응해 LG유플러스는 이번 주 클라우드 가상현실(VR) 게임 서비스를 내놓고 5G 스포츠 콘텐츠를 개선하는 등 ‘볼거리’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5G 커버리지 확대를 통한 품질 개선과 중장비 원격제어, 스마트드론, 자율주행차 등 5G 기업간거래(B2B)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 CJ헬로 인수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LG유플러스 네트워크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화웨이 장비에 대한 미국의 제재 변수 대응 등도 하 부회장의 시험대로 꼽힌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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