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수제맥주업계에 따르면 국내 1세대 수제맥주업체인 ‘플래티넘크래프트’는 중국 옌타이에 위치한 양조장을 내년까지 국내로 이전한다. 이곳은 플래티넘크래프트가 100% 지분을 가진 제2공장이다. 옌타이 공장이 국내로 들어오면 국내외로 흩어져있던 양조 전문가를 한곳에 모아 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조장이 세워지면 연간 최대 250만 리터의 맥주가 국내에서 생산된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공장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이윤이 훨씬 높았지만 종량세 전환으로 인해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서 이전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알코올도수 또는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도입의 가장 큰 수혜자는 수제맥주업계다. 종량세로 개편되면 캔맥주의 세 부담이 리터당 415원 줄게 되면서 수제맥주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래티넘크래프트는 다음 달 중 편의점 판매용 캔맥주를 출시한다.
종량세 전환으로 수제맥주업계가 활력을 얻으면서 투자업계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경복궁’으로 유명한 수제맥주업체 ‘카브루’가 코오롱인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카브루는 내년 하반기까지 병·캔맥주를 생산하는 대형 양조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박정진 카브루 대표는 “종량세 도입으로 국내 맥주 시장이 완전 경쟁 체제로 진입하면서 브랜드와 제품력을 바탕으로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로 원가를 낮춰 편의점, 할인점 등 소매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도 늘리고 있다. 오비맥주가 인수한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는 이달 말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에 탭룸 2호점을 공식 오픈할 예정이다. 신규 매장은 혼자 맥주를 즐길 수 있는 1인실을 마련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했다. 가평에 양조장을 둔 카브루도 서울에 깃발을 꼽기 위해 오는 9월 청담동 브루펍을 연다.
치열한 각자도생이 펼쳐지고 있지만 수제맥주 브랜드끼리 힘을 모으기도 한다. 40여개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를 회원사로 둔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용산구와 손잡고 10월께 수제맥주 페스티벌을 연다. 또 회원사와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협회 맥주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핸드앤몰트에서 생산한 ‘깻잎 한잔’과 플레이그라운드의 ‘헤이헤이헤이’에 이어 수제맥주 업체 중 한 곳이 국내산 원료를 사용해 협회 공동의 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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