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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수도권 매립지...조선 합병...갈등 중재 역할 못하는 정부

[기업하기 힘든 나라] <3>책임지지 않는 관료들

'택시월급제' 이해관계자 눈치만

쓰레기 대체지 3개 시도에 맡겨

조선 구조조정 노조 반발에 손놔

"정부가 적정한 타협점 찾아줘야"





‘상생을 말하던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지난달 20일 850여개 스타트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이 같은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택시 업계의 극심한 반대로 국내에서 승차공유 산업이 봉쇄된 상황에서 정부의 방관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승차공유 업계와 택시 업계가 공멸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소위 ‘밥그릇’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이를 중재해야 할 정부의 모습은 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각종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사실상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택시와 승차공유 업계의 대립이다.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안이 극적으로 마련된 후 100일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갈등을 해결할 전제로 거론됐던 택시 월급제는 여야 간 분쟁으로 개업 휴점 상태인 국회에 멈춰 있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도 이해관계자들의 논리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논란은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서 또 다른 승차공유 업체인 ‘타다’로 옮겨갔다. 택시 업계는 타다를 합법적으로 만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18조를 문제 삼고 있다. ‘11~15인승 승합차에 한해 운전자 알선이 허용된다’는 조항은 관광 산업을 촉진하기 위함인데 기사 수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하면 택시 업계만 규제를 받는다는 논리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의 대체지를 찾는 과정에서도 정부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해당사자인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공동 주체로서 함께해달라’는 건의를 했을 정도다. 12일 3개 시도 관계자는 환경부를 방문해 ‘수도권 매립지 대체지 조성을 위한 환경부의 조정·중재를 촉구하는 공동 정책 건의문’을 전달했다. 대체 매립지는 3개 시도의 2,500만 주민들이 배출하는 생활폐기물뿐만 아니라 건설·사업장 폐기물을 최종 처리하는 시설이다. 오는 2025년 이전에 대체 매립지를 조성해야 하지만 시도 간의 입장 차이와 주민반발, 정부 재정지원 등 풀어야 할 난제가 많아 후보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건의문 전달은 대체 매립지 조성을 3개 시도에만 맡겨둔 채 발을 빼고 있는 환경부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차원인 셈이다. 실제 1989년 서울 난지도 매립장의 대체지로 인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를 조성할 때도 서울시가 대체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환경부가 중재자로 앞장선 바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도 정부의 수수방관에 표류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이 매각주체로 사실상 정부가 추진한 건이지만 노조의 반대에 현장 실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경제와 조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결정된 것이므로 (대우조선 인수가) 그대로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며 “노조가 대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했지만 그뿐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 관료들이 ‘소나기만 피하자’는 생각으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대중교통 대란을 초래할 뻔했던 ‘버스 노조 파업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버스 기사의 소득 감소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1년 동안이나 수수방관한 탓에 발생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경제 현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줘야 한다”며 “시장에만 맡겨둔다면 사회적 갈등이 오히려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어느 선에서 혁신을 허용하고 조정할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정순구·한재영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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