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손해배상 소송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더 이상 불법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면 파업 이후 르노삼성은 하루 평균 14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다. 회사 측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는 것은 노조원들의 파업 참가율이 37.1%에 불과한데다 노조 집행부와 노조원들 간의 노노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정쩡한 파업에 생산량만 줄어들며 노사 모두 타격을 입고 있는 셈이다. 회사 측은 우선 노조에 현재 파업이 불법 파업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11일 발송했다. 노조가 지난 5일 사측에 요구한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임금협상 타결금 차등 지급 △파업 참가횟수에 따른 조합원 간 성과급 차등 지급 △파업 기간 임금 100% 보전 등의 조건 가운데 파업기간 임금보전은 노동조합법 제44조(무노동 무임금)를 어겼다는 법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측은 이번주 내로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 이후 노조가 지속한 파업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상태다. 지난 1·4분기 미국으로 수출하는 닛산 로그의 물량 수천대를 납품하지 못해 2만4,000여대의 생산물량이 경쟁사업장인 일본 규슈공장으로 넘어갔다. 노조에 따르면 이달 5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닛산 로그가 생산계획의 20%만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지속될 경우 닛산 로그의 물량을 추가로 일본에 뺏길 수도 있다. 또 르노삼성이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내수시장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출시한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액화석유가스(LPG) 모델도 현재 생산이 20%에 머물고 있다.
르노삼성은 일 평균 900여대의 차를 생산한다. 올해 4월19일 기준 산정한 기준을 적용하면 시간당 생산손실은 11억원 규모다. 일 평균 주간과 야간 16시간 가동을 감안할 때 80% 생산손실을 빚으면 약 140억원 규모의 손해가 발생한다. 5일 전면 파업한 후 이날까지 4일간 약 560억원 규모의 생산손실이 발생했다. 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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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은 12일부터 주간과 야간 16시간 교대근무를 주간 1교대로 일시적으로 변경하는 비상생산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엔진공장과 차체공장은 거의 전원이 노조의 파업지침을 거부하고 출근해 생산현장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입김이 센 조립공장은 약 30~40%만 출근 중이다. 이 때문에 완성차 생산이 차질을 빚는 것이다. 하지만 주간 1교대로 생산체제를 전환하면 조립공장 출근인원이 두 배 이상 뛰어 완성차 생산율이 5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대신 노조 지도부에는 무거운 손해배상금을 물려 반드시 책임을 묻기로 하고 소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지도부에 대한 현장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연구개발(R&D) 조직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RTK) 사원대표위원회와 영업사원대표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깨는 요구와 함께 조합원·비조합원 간의 타결금 차등 지급을 요구했다”며 “기업 노조 대표기구의 정의를 저버리고 노노 간 갈등을 야기하는 가장 비겁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더해 기본급 인상에서 인사경영권 요구, 파업 때 임금보전 등 계속해서 바뀌고 있어 파업이 방향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파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사측의 손해배상에 더해 르노그룹 차원에서의 더 큰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그룹은 전 세계에 공장이 수십 개가 있고 부산공장도 대체가 가능하다”며 “인사경영권 요구와 파업임금 보전 등은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인데 노조가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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