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용기 디자이너를 따로 둘 만큼 미적 트렌드에 민감한 뷰티업계가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착한 용기’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으로 식물 유래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이를 화장품 용기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아이오페는 사탕수수 추출물을 기반으로 제작한 ‘바이오페트(Bio-PET)’를 더마 트러블 토너 제품에 적용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미쟝센의 ‘슈퍼보태니컬 라인’과 해피바스의 ‘어린잎 티컬렉션 젤 핸드워시’, 한율의 ‘어린쑥 딥클렌징 오일’ 등에도 식물 유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등 점차 적용 제품 수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페트 원료 사용을 확대하는 이유는 기존의 페트보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20% 이상 적기 때문이다. 또 고갈되는 자원인 석유 대신 다시 재배할 수 있는 식물 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식물성 기름인 콩기름 잉크도 제품 생산에 활용하고 있다. 석유 대신 사용되는 콩기름 잉크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또 제조 시간을 줄여 에너지도 절감된다. 콩기름 잉크가 적용된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는 프리메라와 한율, 이니스프리 등이다. 현재 프리메라 전 제품의 낱개 상자에는 콩기름으로 인쇄됐다는 ‘Printed with SOY INK’ 마크가 표시돼있으며, 한율과 이니스프리 제품의 일부 낱개 상자에서도 이 표기를 찾아볼 수 있다.
뷰티업계의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을 위주로 재활용이 용이한 친환경 패키징을 도입하고 있다. 세탁세제와 같은 생활용품도 화장품만큼이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소비되는 점을 고려해 자원을 절약하는 생산법을 고안해냈다. 세탁세제의 몸체와 라벨, 마개 등을 모두 같은 재질로 만들어 재활용 과정에서 재질별 분류 과정을 따로 거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LG생활건강은 이 같은 혁신적인 패키징으로 ‘피지 파워젤’과 ‘한입 베이킹소다 담은세제’, ‘한입 허브담은 식초세제’ 등 총 6종에 대해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포장재 재활용 1등급을 획득했다.
에코 패키징은 뷰티업계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신생업체에서도 관심을 쏟는 분야다. 국내 1위 구독형 맞춤 화장품 업체 ‘톤28’은 고객별 피부 진단을 통해 개발한 화장품을 종이 패키지에 담는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자연에 배출됐을 때 분해되는 종이패키지를 사용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다. 톤28은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사용한 후 종이패키지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궈 처리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화장품에 포장 용기가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브랜드도 있다. 영국의 친환경 뷰티 브랜드 ‘러쉬(LUSH)’는 지난 3월 액체가 아닌 고체 형태의 페이셜 오일, 클렌징 밤 등 스킨케어 10종을 개발하면서 포장지를 과감히 없앴다. 러쉬는 이 같은 신개념 화장품에 ‘네이키드 스킨케어(Naked Skincare)’라는 이름을 붙였다. 네이키드 스킨케어와 달리 불가피하게 포장이 필요한 액상 제품은 재활용 용기를 사용한다. 또 재활용이 가능한 천 포장재 ‘낫랩(Knot Wrap)’도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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