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펀드로 잘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일반인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연다. 이를 두고 공세 수위를 높이는 것이라는 해석과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중견기업이나 일부 자산가,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조달자금으로 한진칼(180640) 지분을 매집해온 KCGI가 어찌 됐건 전략을 바꾼 것이어서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은행(IB)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9일 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이달 중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하나금융투자 클럽원 WM센터에서 IR을 열 예정이다.
클럽원은 평소에도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시중 예금금리를 뛰어넘는 고수익 상품이나 투자처를 제공해온 만큼 이번 설명회 역시 투자자금 모집일 가능성이 높다. IB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새로운 투자를 위한 설명회면 투자처가 공개돼 주가가 미리 움직일 우려가 있어 공개 IR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진(002320)칼 투자 확대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CGI가 일반인을 상대로 IR에 나서는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IB 업체의 한 관계자는 “KEB하나은행에서 5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한 골드클럽을 상대로 IR을 이미 진행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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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는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최근 지분율이 15.98%로 15%를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9%(238만3,728주)를 매입한 것을 신호탄으로 12월 107만4,156주, 올해 3월 139만1,089주, 4월 107만2,965주, 5월 59만4,956주 등 매달 수백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동원해 꾸준히 지분율을 늘렸다. KCGI는 상상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국내 증권사들로부터 주식담보대출도 진행했다. KCGI가 얼마나 지분을 늘릴지는 얼마나 돈을 모아오는지로 결정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KCGI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더 긴 시간 동안 투입되면서 일반인 대상의 IR까지 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 주가가 예상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은 물론 연초 주총에서 주주 자격 문제로 각종 주주 제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한 점, 조양호 회장의 급작스러운 별세 등 의외의 변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 투자자들이 KCGI의 자금모집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조 회장 별세로 ‘갑질’ 지배구조 바로잡기가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 대 기존 경영층의 표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내년 총선이나 오는 2022년 대선에서 지금과 다른 정치권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 역시 악재가 될 수 있다. KCGI의 한진칼 투자금 회수 방안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CGI가 자금조달을 확대해 한진그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기 위해 일반 투자자의 자금 확보에까지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KCGI는 조 회장이 별세한 지난 4월8일 이후 5월과 6월 들어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고 있다. 5호 펀드를 조성하고 지분율을 15.98%로 높였다. 또 검사인을 선임해 △조원태 대표를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이사회에 적법하게 상정됐는지 △고 조 회장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는지 △지급금액, 퇴직금 지급 규정에 대한 주총 결의 여부 등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법적 요소가 없는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KCGI의 자금조달 여력에 의문이 많은 상황에서 일반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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