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치권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3일 국회 야당 의원실을 돌며 누진제 개편안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해당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앞서 매년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 등을 담은 복수의 누진제 개편안을 공개한 바 있다. 산업부는 개편안대로 누진제가 완화, 폐지될 경우 추가로 최대 2,985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소요 재원 일부를 한전이 부담하되 정부가 나머지 금액을 떠안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누진제 개편안이 최종 채택되지 않은 터라 정부가 부담하는 금액을 특정하긴 어렵다고 했다”며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로 생긴 부담이 국회의 반발로 고스란히 한전에 전가됐던 사태가 재발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산업부는 한시 전기료 감면을 발표하면서 정책비용인 만큼 정부 부담을 강조했지만 예산안이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결국 한전이 모든 부담을 져야 했다. 한전이 올 1·4분기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터라 절박감이 특히 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될지는 불확실하다. 야당 측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우선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했다면 누진제 개편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재생에너지 등 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에너지원에 의존하면서 한전의 경영난이 심화돼 분담 여력이 사라진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먼저 져야 한다는 논리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는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한전의 손실을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며 “필수사용량보장공제를 폐지한다거나 전력구입비 연동제 등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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