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장중 1,100원선을 돌파하는 등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에 안전자산인 엔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원엔 환율이 1,100원선에 진입한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3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엔 환율은 6원 54전 오른 1,099원 66전에서 시작해 1,100원 30전까지 치솟은 후 1,091원 86전으로 마감했다. 원화 약세에 배팅을 건 투자자들이 원엔 환율이 큰 폭으로 치솟자 고점을 인식한 후 매도 물량을 대거 내놨다는 뜻이다.
엔화 강세 현상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위축 이슈가 불거지면서 지속 되고 있다. 올해 1월 1,010원대에서 시작한 원엔 환율은 지난 5월 초만 해도 1,040원대에 머물렀다. 한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급격히 뛰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1,19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서 5월간 원엔 환율이 상승했다”며 “일본 경제 상황 등을 봐야겠으나 상승 추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통상 원엔 환율이 상승하면 일본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한국 기업이 이득을 본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자동차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 추가 5%의 추가관세 부과를 예고한 점도 국내 완성차 업체엔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멕시코에서 생산한 일본차는 125만대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멕시코 내 생산량의 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도 엔화 강세에도 한국이 별다른 이득은 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환 당국의 한 관계자는 “엔화 강세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 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것”이라며 “일본과 경합하는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더라도 국제 경기가 좋지 않아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에 긍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엔 환율 상승 기간에도 대(對)일 적자 폭 역시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대일 무역수지는 올해 1월 14억 3,000만 달러에서 계속 상승해 2월 15억 2,000만 달러, 3월 20억 4,000만 달러, 4월 22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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