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의 간판 격인 치킨집이 시장 포화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 등 구조적인 비용이 겹치면서 최근 4년간(2015~2018년) 평균 8,600개씩 줄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치킨집이 8만7,000개(2월 말 기준)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열 곳 중 한 곳꼴로 장사를 접었다는 얘기다. 특히 치킨 전문점이 밀집해 ‘치킨특별시’로 꼽히는 부천·수원·창원에서는 최근 5년간 2~3일에 하나꼴로 가게가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치킨집 창업 열기도 급랭했다. 신규 점포 수는 지난 2014년 9,700개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6,200개까지 줄었다.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워라밸 확산과 ‘미투(나도 성폭력 피해자) 고발’ 등으로 저녁 회식과 술자리가 급감한데다 여기에 임대료·인건비 상승 등 구조적 비용 증가가 더해진 결과다.
3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첫 번째 자영업 보고서인 ‘치킨집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창업한 치킨집은 6,200개로 2014년 9,700개를 기록한 후 창업 바람도 사그라졌다.
특히 매년 8,000곳 이상이 문을 닫으며 증가세도 꺾였다. 2월 말 기준 전국의 치킨 전문점 수는 8만7,000곳으로 약 2,200개 이상 줄었고 치킨집 수만 1,680~1,880개에 달하는 수원·부천·창원 등 이른바 치킨특별시에서는 창업보다 폐업이 월등히 많았다. 부천시에서는 최근 5년간 698곳이 새로 생기는 대신 988곳이 문을 닫았고 치킨 골목으로 유명한 수원시에서도 같은 기간 784곳이 생겨났지만 898개 점포가 사라졌다.
치킨집이 많이 생기고 또 그만큼 많이 사라지는 배경에는 낮은 진입장벽이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409개(전체 외식 브랜드의 21.1%)에 달해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가맹비만 부담하면 창업이 가능한데다 창업비용(프랜차이즈 기준, 임대료·인건비 제외)도 5,725만원으로 커피숍(1억1,683만원), 한식(1억658만원), 주점(9,079만원) 업종의 절반 수준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은퇴생활자들이나 창업자본이 부족한 생계형 창업자들이 주로 몰리는 이유다. 특히 근무시간 단축, 미세먼지 등으로 외식 패턴이 크게 달라진 탓에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대규모 매장도 불필요해졌다. 지난해 국내 외식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을 통한 치킨 주문 비중은 69.7%에 달한다.
치킨 전문점 시장이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고 닭고기 소비량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점포당 수익성은 크게 나빠지고 있다. 수원시청역 일대처럼 시장 포화로 과당경쟁이 이어지는 상권에서는 평균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 상권분석에 따르면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치킨집의 매출은 지난해 9.2% 줄었고 부천대 인근인 부천시 심곡동의 치킨집들은 매출이 18.8% 감소했다.
임대료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비용도 크게 늘었다. 치킨집의 영업비용은 2011년 6,200만원에서 2017년 1억1,700만원으로 89% 증가했고 이 여파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0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3분의1토막이 났다.
KB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치킨 전문점 시장은 정체 상태인데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출은 여전히 활발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악화된 영업 여건은 당분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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