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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투자→회수' 선순환 고리로 '성공한 엑시트' 만들어야

[혁신성장 핵심은 질적 도약]

<상>한국형 실리콘밸리 열쇠는

한 스타트업 대표가 서울 강남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경제DB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AMG는 모터스포츠 애호가이던 이 회사 직원이 퇴사해 지난 1967년 설립한 벤처 기업이 모태다. 사과밭에 공장을 세우고 고성능 엔진과 튜닝 제품을 만들어 성과를 내자 메르세데스벤츠는 1990년까지 이 회사 지분 50%를 사들였고 2003년에는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를 통해 메르세데스벤츠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메르세데스AMG를 내부화할 수 있었고 AMG 설립자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히트는 요즘 말로 ‘성공한 엑시트(exit)’를 실현했다. 아우프레히트는 지분을 모두 넘긴 뒤에도 메르세데스벤츠의 레이싱카 프로젝트의 외주 사업자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AMG가 인수와 피인수를 통해 윈윈한 사례라면 BMW를 전문으로 튜닝하는 독일 중소기업 AC슈니처와 포르쉐 전문 튜닝사 테크아트는 협력 방식을 지속하는 사례다. AC슈니처와 테크아트는 각각 BMW, 포르쉐와 쌓은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고성능차 마니아에게 특화된 모델을 공급하며 완성차 업체가 만들어낼 수 없는 독창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 같은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이 가능한 것은 독일에 자동차 튜닝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의 질적 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위해 ‘창업→투자→회수’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 대기업은 신사업과 추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창업가는 기존 사업을 ‘엑시트’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투자금을 새로운 도전에 투입하는 등 선순환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사업 성장과 민간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야 벤처 생태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대기업 ‘벤처 M&A’ 참여 유도

창업가는 새 투자금으로 재도전

선순환 생태계가 4차산업 이끌어

“정부, 신사업 막는 규제 살피고

민간 돈 흘러갈 물길 터줘야”

지난 4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S1)에서 이종흔 메스프레소 대표가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중소벤처기업부는 팁스(TIPS)에 참여하고 있는 인공지능(AI)분야 우수 창업팀의 후속투자 유치와 대기업 기술 제휴, M&A 등 성장 지원을 위한 ‘2019년 제1회 비욘드 팁스’ 행사를 열었다./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벤처 생태계에 대기업 역할 늘려야”=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가 스타트업 대표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과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가격 후려치기(40.9%)’와 ‘대기업의 소극적인 M&A 관행(22.7%)’ 등이 지목됐다. ‘믿을 만한 중개기관이 없어서’라는 답변도 25%나 나왔는데 이는 대기업의 소극적인 태도와 중개기관 부재로 M&A를 통한 엑시트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다는 업계의 인식을 보여준다. 투자 분야를 맡는 벤처캐피털(VC)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VC 등 투자의 문제점은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재무제표 등 정량지표 중심 평가(38.9%)’ ‘신생 기업에 대한 불신(23.6%)’ ‘심사기관 전문성 부족(18.1%)’ 순으로 답했다.

이번 설문의 결과는 국내 벤처 생태계 시장에서 스타트업·대기업·VC 간 신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벤처 기업을 운영하는 최진수(가명) 대표는 “주요 플레이어들 사이에 신뢰가 쌓여 있지 않으면 아무리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면서 “대기업과 VC로부터 창업과 성장을 위한 자금이 적시 투입되고 대기업이 M&A를 하든, 스타트업 자체적으로 상장(IPO)을 하든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고리가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구축하는 핵심 열쇠”라고 지적했다.





◇“규제부터 풀어라”=바이오나 인공지능(AI), 공유 플랫폼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속속 선보이는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이 국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도 결국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개혁은 신사업 태동과 투자 활성화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를 풀어 신규 산업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이들을 VC·대기업 플랫폼으로 유도해 몸집을 키울 수 있게끔 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규제 개혁 과정에서 기존 이해관계자와 스타트업의 충돌 국면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승차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태희 벅시 공동대표는 “정부가 가닥을 잡지 못하고 규제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전통 산업인 택시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모빌리티 업계도 존립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신성장 동력을 키우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인데 카풀·타다와 택시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투자가 끊기고 결국 신구 산업 모두 미래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존 규제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돈이 흘러가는 물길을 터주는 것”이라며 “부처 간 협의와 끈질긴 노력이 필요한 ‘핀 포인트’ 규제 완화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민간 투자 중심 벤처생태계로”=현재까지의 벤처 생태계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자금이 이끌어 나간 측면이 컸지만 앞으로는 민간 투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활성화하기 위해 금산분리 예외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일반 지주회사는 CVC를 설립할 수 없다.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 상무는 “자본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흐른다”며 “대기업이 규제 때문에 미국 등 해외로 직간접 투자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보완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타트업과의 협력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결과가 상대적으로 더 불확실한데 대기업 문화는 한두 해 안에 성과가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또는 인수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이 안심하고 대기업·VC와 협업할 수 있게끔 기술탈취에 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창업벤처 생태계의 ‘신뢰’와 직결된 것이라 특히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수민·심우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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