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이면 로보 어드바이저가 자문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직접 펀드를 운용하는 이른바 ‘로보 펀드’ 시대가 열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개정에 맞춰 비용과 편의성 면에서 확실한 강점을 가진 로보 펀드가 대거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간 출시된 로보 어드바이저의 자문을 받은 펀드의 성적표를 살펴봤다.
31일 한국투자펀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출시된 로보 펀드는 총 15개다. 2016년 4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내놓은 ‘쿼터백 글로벌 EMP 로보 어드바이저’를 시작으로 NH아문디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이 관련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운용자산은 10억원대부터 100억원이 넘어가는 것까지 있고, 운용하는 자산의 유형도 일반주식과 해외주식, 해외자산과 해외채권까지 다양하다.
다만 성적표는 엇갈린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2%에 그친 것부터 20%가 넘는 펀드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동일 유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과 비교할 경우, 전체 15개 중 8개 펀드는 연초 이후 더 나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7개 펀드는 동일 유형펀드보다 연초 이후 오히려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로보 펀드의 수익률이 눈에 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2017년 7월 출시한 알파로보 펀드 시리즈는 일반주식을 담는 ‘알파로보코리아’의 경우, 연초 동일 유형 펀드 수익률의 수십 배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알파로보글로벌’ 역시 1.5~2배의 수익률을 보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내놓은 ‘메리츠시니어’ 역시 연초이후 동일 유형 펀드의 2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백년대계50자산배분’과 대신자산운용의 ‘대신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 같은 상품들은 동일 유형 펀드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보였다. 다만 수익률이 낮은 경우에도 모든 상품이 2% 이상이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관련법 개정으로 7월부터는 투자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해킹 등 침해사고 방지 체계를 갖추면 펀드를 로보 어드바이저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로보 펀드 출시가 가능해지면 판매수수료가 크게 낮아져 경쟁력 있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될 전망이다.
로보 펀드의 출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우려는 알고리즘 기반의 로보 펀드의 경우, 일반적인 시장 상황이 아닌 금융위기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손실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주기적으로 경제에 예측 불가능한 큰 변수가 찾아온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로보 펀드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어야 확실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 펀드에 적용된 운용 알고리즘을 적어도 투자자에게는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보 펀드를 작동시키는 알고리즘의 한계와 리스크 등을 명확히 공시해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로보어드바이저 이용자 보호를 위해 공시 의무가 강화돼야 하며, 알고리즘과 리스크·이해상충 관계 사안을 이용자에게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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