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10시30분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노사 양측의 긴 침묵이 주총 진행요원의 확성기 소리와 함께 깨졌다. 주총장소 변경 안내문이 하늘로 뿌려진 뒤 바리케이드 역할을 했던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의 오토바이는 굉음을 내며 20㎞를 폭주했다. 변경된 임시주총 장소인 울산대 체육관 입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충돌이 격화되며 일부는 소화기 등으로 체육관 벽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욕설과 확성기 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한국 조선산업의 운명을 결정짓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주총은 10분 만에 끝났다.
주총이 끝난 후 분할에 반대하던 노동조합은 “위법한 주총”이라며 주총 무효를 주장했다. 불법점거와 폭력 등으로 울산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노조는 어이없게 이제 와서 법적 대응을 주장했다.
이날 주총은 원래 예정된 장소를 노조가 불법 점거하면서 주총 시작 30분 만에 장소를 변경한 끝에 열렸다. 주총 시각인 오전10시까지 점거를 풀지 않자 사측은 법원 검사인의 ‘주총 불가’ 확인을 받아 장소를 변경했다. 노조는 “중대한 절차 위법이며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3%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주총에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상법상 회사가 2주 전 주총장을 고지해야 하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주주총회 장소 변경이 적법한 절차와 판단에 따라 이뤄졌으며 불법을 자행한 쪽은 회사가 아니라 주총장을 점거한 노조라고 반박했다. 이날 전국 15개 지방고용노동관서장 회의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조합의 폭력과 점거 등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현대중공업 사태를 지렛대로 삼아 이미 예고한 7월 총파업 등 ‘하투’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라는 예상도 나온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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