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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1호' 여성전문 병원 존속이냐, 개발사업이냐… 제일병원 운명 12일께 갈린다

5일 공개입찰 이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부동산펀드 대항해 메디파트너 컨소시엄도 '출사표'

울 중구 제일병원 모습. /연합뉴스




저출산·저수가 이중고에 기업회생 절차(옛 법정관리)에 들어선 제일병원의 주인이 이르면 12일께 결정된다. 대학병원·의료 플랫폼 기업 등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컨소시엄과 개발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펀드 간에 치열한 인수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자연분만 철학을 고집하는 대한민국 1호 여성전문 병원의 존치를 결정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다음 달 5일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제일병원의 인수의향자 선정을 위한 공개입찰을 진행한다. 매각대상은 제일병원 부지로, 서울시 중구 묵정동 1-17 외 11개 필지와 제일병원 여성암센터 등 9개 건물이다. 공개입찰 이후 이르면 12일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5일 입찰로 사실상 인수 후보가 결정된 뒤 12일께 우선협상대상자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수순으로 매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63년 개원한 제일병원은 55년간 국내 ‘1호’ 여성전문병원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2000년까지 전국 분만 실적 1위 자리를 기록했지만 저출산 여파로 경영난이 지속돼 지난해 12월 외래진료를 중단한 바 있다. 올해 1월 들어선 자율구조조정(ARS) 제도를 이용해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저출산 여파로 분만 건수가 급감한데다 자연분만 철학 고집으로 저수가 문제까지 겹쳤던 게 경영난의 원인이었다.





당초 제일의료재단은 병원 부지를 부동산펀드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부채를 갚고 남은 금액으로 재단 이사장 일가가 보유한 부지에 병원건물을 옮긴다는 것. 문제는 부지 등 병원 자산을 전부 처분해도 부채를 다 갚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제일병원의 전체 자산총액은 1,258억4,000만원이다. 반면 우리·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634억원과 미지급 급여와 퇴직급여충담금 등 공익채권(326억원), 회생채권(361억원)을 포함해 털어내야 할 채무 규모는 1,336억5,000만원에 달한다. 쉽게 말해 자산을 감정가액 대로 판다고 해도 80억원 가량의 빚이 남는 셈이다. 배우 이영애씨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올 초 매각협상을 벌이다 물러섰던 것도 채무 규모 때문이었다.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인 메디파트너 컨소시엄이 제일병원의 새 인수후보로 급부상한 것도 이런 이유다. ‘예치과네트워크병원’을 설립한 메디파트너는 의료기관 경영 컨설팅과 의료기기·의료정보 판매·수출입 등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하는 회사다. 메디파트너는 부광약품(20억)과 유한양행(30억원) 뿐만 아니라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 투자자(FI)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연세대학교의료원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유한양행의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세브란스병원도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메디파트너 컨소시엄이 인수하는 경우 공익적 목적에도 부합한다. 부동산 펀드가 부지를 인수할 경우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1호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대신 그 자리엔 오피스텔 등 상업용 부동산이 들어설 수 밖에 없다. 반면 메디파트너가 인수할 경우 제일병원은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메디파트너 컨소시엄은 제일병원을 분만에 특화한 전문병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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