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모양의 깔끔한 디자인에 ‘예쁜 담배’로 불리는 쥴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긴장하고 있다. 쥴 랩스의 제임스 몬시스 CPO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쥴을 “전 세계 10억명 흡연자의 대안이 될 제품”이라고 소개하며 “쥴을 피우면 일반 담배를 피웠을 때 나오는 유해 물질의 95%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담배 모양과는 완전히 다른 직사각형 모양으로 제작됐다고도 설명했다. 2015년 출시된 쥴은 길쭉한 USB 모양을 한 이른바 폐쇄형 시스템(CVS·Closed System Vaporizer) 전자담배다. ‘팟’(pod)으로 불리는 액상 니코틴 카트리지를 기기 본체에 끼워 피운다. 성인 남성 엄지손톱 크기의 팟 1개는 200여회 흡입이 가능, 일반 담배로 치면 한 갑 역할을 한다. 쥴은 미국 전자담배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팬층을 갖고 있다. 미국 10~30대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미국 현지에서는 쥴을 피운다는 의미의 ‘쥴링’(JUULING)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다.
KT&G도 마음이 급하다. KT&G는 2017년 5월 필립모리스코리아가 내놓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20~40대 흡연가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이미 후발주자의 학습효과를 경험했다. KT&G는 이후 ‘릴’(LIL)을 출시했다. KT&G는 쥴의 국내 판매 소식이 전해지자 경쟁구도로 릴베이퍼를 내놨다. 액상 카트리지 이름은 ‘릴시드’(LIL SIID)다. 작동 방식은 쥴과 유사하다. 릴 베이퍼는 가격 면에서 쥴보다 1,000원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창구도 다르다. 릴베이퍼는 편의점 씨유(CU)를 통해 독점 공급되는 반면 쥴은 판매창구를 늘릴 예정이지만 우선 편의점 GS25·세븐일레븐으로 통해 판매된다. 두 회사의 대결구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쥴과 릴베이퍼의 맛이 기존 궐련형 전자담배의 산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쥴 팟 니코틴 함량은 1.7%, 3%, 5% 등 3가지이지만 국내에서는 유해물질 관련법에 따라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된다.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싱겁다’는 얘기도 나온다. 액상담배의 연기를 마시는 느낌과 내뱉는 느낌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이들 액상전자담배는 청소년 흡연 이슈와 맞물리면서 쥴랩스코리아, KT&G 모두 정중동 마케팅, 외부에서 보기엔 조용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쥴랩스코리아는 기자간담회에서 시연회를 따로 하지 않았고 KT&G는 아예 미디어 공개를 생략했다. 쥴랩스는 미국 현지에서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축소하고 주요 소매점에서 향이 나는 일부 포드의 판매를 일시 중지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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