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1일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표현을 인용해 인도적 지원과 정치의 분리를 강조했다. 김 장관이 인용한 표현은 지난 1980년대 많은 아사자가 발생했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에티오피아에 대한 식량 지원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커지자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인도주의 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하며 한 말로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를 상징한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취임 후 첫 통일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재가 인도적 지원단체의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안에 포함돼 있기도 하다”며 “그래서 (정부는) 그 원칙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은 대북 식량 지원 규모와 시기에 대해서는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그는 “대통령께서도 국회와 일종의 공감대를 갖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통일부도 다양한 차원에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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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당국의 식량 지원 공식화에도 제재완화를 주장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한은 이례적으로 유엔에서 미국의 북한 화물선 압류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북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Wise Honest)’호에 대한 미국의 압류조치를 국제법 위반 행위라며 대북제재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자산에 대한 미국의 압류 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줄을 직접 조이는 정권 차원의 중대한 위협인 만큼 북한은 이례적으로 유엔에서 기자회견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처음으로 외무성 담화라는 높은 형태의 불만을 표출한 데 이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여론전에 나서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북한의 선박 반환 요청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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