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나 정책입안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왜 거미가 날아다니는 걸 연구해야 하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그 ‘거미가 날아다니는 것’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집에 가서 이들에게 왜 거미가 날아다니는 연구를 하는지, 이게 어떻게 국방이나 항공에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기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왜 기초과학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냐’고 질문을 받았을 때 정작 과학자도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16일 ‘서울포럼 2019’ 세 번째 세션 패널 토론에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교수는 “결국 정책입안자, 과학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기초과학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과학자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기반 정책이 있어야 객관적 진실을 더 잘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는 루트번스타인 교수를 비롯해 카를로 로벨리 엑스마르세유대 이론물리학센터 교수, 안성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과학자들이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안 이사장은 과학투자에 대한 소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입안자는 어느 연구분야에 투자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며 “과거엔 소수가 의사결정을 했다면 오늘날은 소통의 장에서 일반 대중에게 연구가치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데 과연 이런 ‘소통’의 장이 우리나라에 많이 있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로벨리 교수는 “내가 자란 이탈리아에선 호기심을 약점으로 보지 않았는데, 한국에선 그 반대인 것 같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호기심을 북돋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