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섰을 때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심리학자 조너선 와이어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서로의 무의식이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함께한 시간과 감정, 인상이 무의식에 남아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이러한 무의식이 서로를 감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경이로운 일이며 축복과 감동이 가득한 일이다.
신영복 선생님이 떠나신 지 3주기가 됐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분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깊은 슬픔과 아쉬움, 그의 선한 영향력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 때문일 것이다. 스승의 날을 보내면서 나는 그분이 남긴 글에 감화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여럿이 함께’ ‘공감’ ‘연대’ ‘포용’을 말하는 그의 따뜻한 담론이 여울물처럼 밀려온다. 누군가가 힘들고 어려울 때 이처럼 눈물을 흘려줄 수 있는 친구와 동료와 스승과 제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를 보면 가장 행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결정짓는 유의미한 분석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정적인 기준은 돈도, 건강, 종교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관계였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 커다란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 자기 삶에 만족을 이룬 사람들, 이들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군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이란 학습·일·가족·건강·친구가 나의 삶에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살다 보면 인생이 여러 개의 공을 공중에서 굴리는 저글링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문제는 어떤 공은 바닥에 떨어뜨려도 다시 튀어 오르지만 어떤 공은 유리로 만들어진 공처럼 깨지기 쉬워 이전처럼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서 이 공들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도록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다시 ‘프레임’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우리가 진정 더 지혜롭고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데 필요한 10가지 프레임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내게 가장 유의미한 프레임은 ‘누구와’의 프레임과 ‘지금 여기’의 프레임이다. 행복한 직장문화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어졌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 가정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생이 경주가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이듯 가정의 달 5월에 지금 이 순간 서로 사랑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현재’를 ‘선물(present)’이라고 말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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