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시장 전개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겠다”고 경고하면서도 “국가 부도 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축소되고 역외 선물환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의 구두개입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80원으로 시작해 꾸준히 상승했고, 장중 한때 1,188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기준으로 2017년 1월 11일(1,202원) 이후 2년 4개월만 최고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시장은 지금 당국을 믿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당국도 미중 협상이 교착화된 상황에서 시장 개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값을 끌어올린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의 마찰로 급락한 중국 위안화 가치다. 6거래 연속 상승세(가치 하락)를 이어가고 있는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이날 역외 시장에서 6.9위안을 넘어서며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에 다가섰다. 이날 앞서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장보다 0.06% 오른 6.7954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한 보복카드의 하나로 위안화 절하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위안화 가치 하락은 곧 원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가 어느정도 통제하는 위안화와 달리 변동환율인 원화는 일반적으로 낙폭이 더 크다. 여기에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기름을 부었다. 골드만삭스는 원화를 호주달러, 대만달러와 함께 상위 3대 ‘숏’(매도) 통화 중 하나로 꼽았다. 글로벌 경기가 악화될 경우 안전자산인 엔화를 사들이고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의 원화 등을 파는게 최고의 헤지전략이라는 것이다.
미중 충돌과 위안화 급락뿐 아니라 이날 발표된 실망스런 수출지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불확실성 등도 원화값 하락을 부추겼다. 결국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원넘게 급등하며 1,19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서는 1.200원대 돌파도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유독 높아 미중 충돌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김능현기자 베이징=최수문특파원 nhkimc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