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담한 고객 대부분은 ‘(달러화를) 미리 사놓을 걸’ 아니면 ‘더 오를 테니 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단기 고점을 찍은 만큼 추가 매수를 자제하라고 조언해도 대부분 고객들은 1,200원대까지 오를 거라고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주초부터 달러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182.9원까지 올라 2017년 1월17일 1,187.3원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이날은 오히려 “강달러에 베팅해야 하느냐”는 추종 매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도곡스타 PB센터 팀장은 “외국계 회사의 배당 수요, 석윳값 결제 대금 등 일시적인 수요가 몰린 결과인 만큼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라고 조언해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특히 경제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보니 원화 위주의 자산을 외국통화로 분산해야 한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 이후 이어졌던 달러 예금이나 채권 환매도 최근에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안은영 신한PWM판교센터 팀장은 “차익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연고점을 찍을 때마다 조금씩 분할 매도에 나서고 있다”며 “오히려 차익 실현보다는 추가 투자 문의가 많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원화 약세가 지속 될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계절적·정치적 요인이 소멸하고 한국 수출물량 반등 등으로 국내 지표가 회복할 경우 과도한 원화 약세가 일단락되면 추종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환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 애널리스트는 “현재 원화 약세의 원인을 펀더멘털 문제로만 보기는 힘들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결국 과도하게 오른 원-달러 환율이 위안-달러 환율보다 더 빠르게 원상복구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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