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해 주목받은 박정수(사진) 서강대 교수가 “소득주도 성장이 부적절한 통계와 이론을 바탕으로 설계된 만큼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책의 방향키를 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9일 남덕우기념사업회 주최로 서울 서강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2년, 경제를 평가하다’ 토론회에서 ‘한국 경제의 노동생산성과 임금’을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섰다. 해당 논문은 최근 한국경제학회 학술지인 한국경제포럼에 게재돼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탄생하게 된 이론적 근거인 ‘임금 없는 성장’이 박종규 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현 청와대 재정기획관)의 잘못된 데이터 활용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처음 알렸다.
기조 발제에 나선 박 교수는 “임금 없는 성장의 근거는 지난 2007년 이후 실질 임금 상승률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통계에 있다”며 “이는 실질 GDP 증가율은 생산물 단위로, 실질 임금은 소비재 단위로 측정한 탓에 발생한 괴리”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물가지수로 실질 지표를 구하거나 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목 지표를 사용할 경우 임금이 GDP 증가와 비례하게 상승한 결과가 도출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 노동생산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노동생산성 기여분 그 이상을 배분하기 때문에 기업경쟁력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제 및 제도 개혁을 통해 혁신과 투자 촉진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문재인 정부 2주년 경제·노동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대통령 직속기구들도 정책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발표를 맡은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노동정책이 성급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두고 “속도와 방법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일자리 정책에 대해 “질은 개선됐으나 양적 증가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토론자로 나선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역시 “기업의 지불 능력을 넘어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고용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며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순구·양지윤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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