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정부의 행정처리 비효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고질적 관료주의 행태에 직격탄을 날렸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한 한국은행에 대해서는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6%로 보고 있는데 이보다 낮은 2.5%를 제시한 한은을 향해 ‘하향 조정’을 언급한 것은 OECD가 성장률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빈센트 코엔 OECD 국가분석실장은 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소득 3만달러 대한민국 평가와 과제 국제 콘퍼런스’ 주제발표에서 “행정 비효율 측면에서 한국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엔 실장은 지난 2013년 OECD가 발표한 제품시장규제(PMR) 지수를 인용하며 한국이 터키·이스라엘·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이 지수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2018년 기준 PMR 지수도 한국의 순위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소개했다. 코엔 실장은 “한국 정부가 (행정 비효율을) 인식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저런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고 점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 것은 좋다”면서도 “샌드박스 대상으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많은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고 서류작업도 많다는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민간의 혁신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공무원 조직의 관료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 OECD의 판단이다.
OECD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지원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엔 실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보호는 피해야 한다”면서 “좀비기업의 생명이 연장될 수 있고 대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절히 파산하고 퇴출되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기업 해산이 좀 더 손쉽게 이뤄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코엔 실장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 1·4분기 -0.3%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한 배경으로 “앞선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좋았던 데 따른 상대적인 영향과 함께 수출과 투자 부진이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1·4분기 성장률이 나오기 전 올해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는데 이보다는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까지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조너선 오스트리 국제통화기금(IMF) 아태 부국장은 소득 불평등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분배 정책을 통해 불평등이 완화될 경우 지속 가능한 건전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며 확장 재정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분배 노력을 독려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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