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11개월 앞두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이 벌써 정치 외풍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각종 선거 때마다 불거진 국책은행 본점의 지방 이전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금융경쟁력은 차치하고 일할 분위기라도 만들어달라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7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곽대훈 의원 등 대구에 지역구를 둔 자유한국당 의원 10명은 기업은행 본점의 대구 이전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법 개정을 통해 기업은행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정당은 한국당이 처음이다. 곽 의원 측은 “대구시는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의 비율이 99.95%에 달하고 종사자의 97%가 속해 있어 광역시 중 비율이 가장 높다”면서 “금융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기업은행의) 이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너도나도 금융중심지 유치를 내거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의원들의 치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평화민주당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각각의 지역 기반으로 옮기겠다며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북이 지역구인 김광수 평화당 의원은 산은 본점과 수은 본점의 전북 이전을 추진하도록 산은법과 수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질세라 부산에 지역구를 둔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산은 본점과 수은 본점을 부산에 두겠다며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특히 평화당은 금융위가 전주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보류했지만 끝까지 관철하겠다고 해 우려를 사고 있다. 윤창현 시립대 교수는 “정치논리에 따라 금융공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면 가뜩이나 낮은 금융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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