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멀리, 보다 정확하게.’ 올림픽의 모토인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를 떠오르게 하는 이 문구는 골프용품 업계의 영원한 과제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 클럽은 물론이고 골프볼도 ‘더 멀리, 똑바로’를 지향한다. 항공우주 기술과 인공지능(AI)까지 투입된 기술 경쟁은 비거리와 정확성을 거의 한계치까지 발전시켜왔다. 이제 ‘20~30야드 더 나가는 드라이버’ 같은 자랑은 비공인 용품 시장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됐다. 편리성에 초점을 맞춘 생활밀착형 아이디어 제품이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일반적인 골프볼에는 퍼트 라인 정렬선이 하나만 새겨져 있지만 캘러웨이 ERC소프트 골프볼에는 ‘3선’이 그어져 있다. 가운데는 빨간색 선, 양옆은 파란색 선이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뇌과학연구팀의 도움으로 탄생한 트리플 트랙 기술이다. 캘러웨이의 한 관계자는 7일 “거의 모든 색상을 다 테스트해본 결과 눈과 뇌가 가장 뚜렷하게 인지하는 조합이 바로 중심의 빨강과 양옆의 파랑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사격의 가늠자와 활주로 표시가 세 줄인 것처럼 한 줄보다는 세 줄이 안정감을 준다는 연구도 있었다”고 밝혔다. 덕분에 홀 주변에서 미세하게 빗나가는 퍼트를 눈에 띄게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오디세이 스트로크 랩 퍼터는 퍼터 샤프트에 잘 쓰지 않던 그라파이트 소재로 제작해 눈길을 끈다. 새로운 샤프트 기술로 얻은 여유 무게 40g은 헤드와 그립에 재배치해 균형과 안정감을 높였다.
타이틀리스트는 헤드가 파란색인 SM7 슬레이트 블루 웨지를 내놓았다. 투어 선수들과 다년간의 의견교환을 통해 웨지 색상이 정교한 쇼트게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고 시각적으로 믿음을 주면서도 광택이 잘 유지되는 파란색으로 마감했다. 타이틀리스트의 한 관계자는 “남과 다른 클럽을 원하는 소비자층을 겨냥해 대중적인 제품군 외에 콘셉트 라인을 올해부터 별도로 내놓고 있다”며 “제고 부담 등 리스크가 있지만 다양한 요구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블루 웨지도 그런 방향에서 탄생했다. 헤드부터 샤프트까지 검정으로 통일한 블랙 에디션 아이언·퍼터 등도 마니아층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미즈노도 S18 블루 웨지를 출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골퍼들은 용품을 선택할 때 퍼포먼스 못지않게 디자인 등 다양한 요소를 살핀다”며 “블루 웨지는 색상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파란색 미즈노 로고와도 잘 어울리고 망치 등으로 철을 두드려서 만드는 단조 클럽이라 기술적으로 파란색 마감이 가장 적합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색상의 클럽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단조 클럽이라 가격이 높은 편인데도 시선을 사로잡는 색상 덕에 자사의 이전 웨지 모델보다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 웨지는 철의 강도를 높여주는 보론(붕소) 소재를 헤드에 주입함으로써 헤드 페이스의 그루브(홈)를 더 깊게 새겨도 파손 없이 처음 모양을 더 오래 유지한다고 한다.
스릭슨의 6세대 Z-스타, Z-스타XV 골프볼은 티샷 때는 스핀을 줄여주고 쇼트 아이언이나 웨지 샷 때는 스핀을 늘려준다. 신소재와 새로운 코어기술 덕에 티샷 때는 스핀양을 제어해 비거리 저해 요인을 막아주고 어프로치 샷 때는 많은 스핀을 제공해 그린 위 원하는 지점에 볼을 세울 수 있게 한다는 설명이다. 컬러볼로 유명한 볼빅은 포장부터 특별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직사각 형태의 일반적인 골프볼 포장 디자인에서 벗어난 감사·사랑 선물 패키지라는 이름의 삼각 형태 포장이다. 볼빅의 한 관계자는 “선물용으로 내놓은 만큼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상자를 떠올리며 디자인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게 5개들이로 가격을 맞추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밝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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