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올빼미 공시’ 근절 방침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부터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나친 규제가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정례회의에서 코스닥시장의 공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공시관리 강화 노력에도 유가증권시장 대비 코스닥시장의 불성실 공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중에는 설·추석 등 명절을 포함한 연휴 직전이나 연말 증시 폐장일처럼 투자자 주목도가 낮은 시점에 자사에 불리한 악재성 정보를 내놓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 근절 방안도 담겼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에도 동일하게 추진될 예정이다.
때마침 4~6일 사흘간의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한국거래소는 3일 곧바로 공시 점검에 착수했다. 이날도 적지 않은 상장사가 의심을 살 만한 공시를 내놓았다. 코스닥 업체인 소리바다(053110)는 대규모 전환청구권 행사 소식을 알렸고 코스피 상장사인 락앤락(115390)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고 공시했다. 특히 코오롱티슈진(950160)은 최근 문제가 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보사)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재개 승인 전까지 임상 중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가에 악재가 될 만한 공시에 거래가 재개된 7일 코오롱티슈진은 하한가로 추락했고 소리바다나 락앤락 역시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지연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공시 시점이 정규시장이 지난 오후5시 이후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늑장 공시가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지금으로는 강제적으로 조치할 수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공시 건전성 확보 방침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공시 내용에 대해 기업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직접 책임제인 반면 국내는 간접 책임”이라며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은 기업이 공시 외에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경영 현안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점 등을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공시 사항을 일일이 명시한 규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오히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공시를 고의 지연한 사실이 밝혀지면 추후에 검찰 고발 등을 당할 수 있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등 제재가 뒤따르는 만큼 일일이 규정으로 만든다면 기업의 자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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