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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IMF도 통화완화 권고"...금리인하 우회 요구

[피지서 기자간담회]

한은 "금리인하 검토 안해" 입장 차

"금리 발언 부적절" 반발도

홍 "대기업 집중 방문해 투자 설명"

"추경 이달 통과돼야...늦어지면 효과 줄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피지 난디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한국경제 동향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에 대한 국제기구의 통화정책 완화 권고’를 거론하며 한국은행에 우회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는 만큼 한은도 금리 인하로 보조를 맞춰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은 독립성 존중을 위해 통화정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온 관례를 깬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2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가 개최된 피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통화정책이 더 완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금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1·4분기 지표를 보고 (인하) 요구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례조사단이 방한했을 때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인 암로(AMRO)의 보고서를 보면 역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가져가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경우 완화적 기조가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금리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과 정반대다. 재정정책 수장과 통화정책 수장의 처방이 다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홍 부총리의 발언을 ‘경제상황이 엄중한 만큼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저물가’ 기조와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 등으로 금리 인하 여건이 마련됐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가 오히려 한은의 입지만 좁혀놓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공식적으로는 금리 인하를 배제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며 “하지만 홍 부총리의 발언으로 금리를 내리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의 금리 발언 이후 실제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면 “정부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한은은 지난 2014년 최경환 당시 부총리의 ‘금리의 금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 발언 이후 정부 당국자의 금리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는 대기업을 집중 방문해 투자를 독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오는 5~6월 대기업을 방문해 (투자 관련) 정부의 의지나 정책방향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대통령 행사를 제외하면 대기업을 방문한 적이 없다. 다음달 종료 예정인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추가 연장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만 “부동산 규제 완화를 부양책으로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추경안에 대해서는 “이달 안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0.1%포인트 정도의 성장 효과가 있는데 늦어질수록 효과가 줄어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아세안+3국은 경제위기 발발 시 달러화가 아닌 원화·위안화·엔화로 긴급 수혈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선언문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이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제 지불수단 점유율은 달러화가 45.5%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엔화는 4.2%, 위안화는 1.1%이며 원화는 국제시장에서 지불수단으로서의 비중이 미미하다.

/피지=박형윤 기자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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