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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높은 문화의 힘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는 그 발걸음을 어지럽히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가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조선 중기 의병장이던 서산대사가 쓴 시다. 이 시가 유명해진 것은 가슴속에 깊은 여운을 남길 뿐 아니라 백범 김구 선생이 좋아하고 즐겨 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이 시를 몸소 실천했다. 그 어지럽던 시절 민족의 지도자로서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위해 헌신했다.

김구 선생이 자신의 독립운동 기록을 써놓은 ‘백범일지’ 가운데 ‘나의 소원’이라는 부분이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의 간절한 소원 덕분인지 우리나라는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로 발돋움했다. 음악·영화·드라마 등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것이다. 조용한 동방의 나라 출신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인의 스타로 우뚝 섰고 이런 한류 열풍 덕분에 한식과 한국 문화 등 한국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진 데는 우리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과 더불어 대중문화의 열풍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힘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야심 차게 기획한 것이 한수원아트페스티벌이다. 올해 두 번째를 맞게 된 이 행사는 싸이와 보아 등 최정상 뮤지션들의 공연과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전시가 어우러지는 문화 축제다. 오는 5월24일부터 6월2일까지 경주시민운동장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공연과 전시 모두 무료다. 공연과 전시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이 한수원아트페스티벌을 찾아주시기를 기대한다.

이 축제를 경주에서 열게 된 것은 한수원이 경주에 본사를 둔 경주 기업이기 때문이다. 4년 전 경주로 이전을 완료했지만 경주시와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수원아트페스티벌이 경주 시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새로운 볼거리를 창출해 경주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이를 계기로 한수원과 경주시가 따뜻한 공동체이자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 상생의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문화만큼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좁혀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이런 따뜻한 문화행사에 마음을 함께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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