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120여일간의 무역협상 끝에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이 그간 부인해온 지식재산권 도용이나 기술이전 강요 등 핵심 이슈에서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안 마련이 급물살을 타면서 양국 대표단은 합의안 작성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중국 내 100% 단독투자 등 의무이행 사항을 오는 2025년까지 허용하기로 하고 이행이 부진할 경우 미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리를 합의안에 명시하기로 했다. 다만 무역전쟁 과정에서 양국이 상호 부과한 관세 철회 규모와 시기를 놓고 막판 기싸움이 팽팽해 협상 타결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고위급회담을 재개한 양국 대표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 놓일 수 있는 합의안을 작성하기 시작했으며 구체적인 이행시기 등도 도출했다. 양국은 일단 5일까지 9차 고위급회담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4일 협상 종료 후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을 만날 것으로 확인되는 등 협상타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우리는 (합의) 이행 문제를 포함해 과거에 하지 않았던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면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번주에 더 근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중요하게 요구해온 중국의 지재권 도용과 기술이전 강요 등과 관련해 “과거에 부인하던 중국이 처음으로 문제점을 인정했다”며 “엄청난 진전으로 그것이 좋은 협상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이 전한 미중 잠정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대두와 에너지 등 미국산 상품 구매를 대폭 늘려 무역흑자를 줄여나가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등을 2025년까지 이행하기로 했다. 합의 내용 이행이 불충분할 경우 양국 실무 및 고위급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되, 그래도 이행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 부과 등 보복조치를 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이 보복관세 부과 등 강제이행 장치를 요구하지 않은 합의 사항들은 2029년까지 이행시한을 늘려 정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앞두고 무역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내년 2·4분기까지 중국의 미국산 상품 수입 확대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지난해 부과한 관세 철회 시점과 규모 등을 놓고서는 양국 간 이견이 여전해 막판 고비를 맞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2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은 1,100억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미국은 합의안 서명 후에도 일부 관세를 유지해 중국의 후속조치 이행을 담보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중국은 합의와 동시에 관세를 없애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5일까지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될 수 있을지도 유동적이다.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한 중국 측의 불안이 적지 않은 점도 최종 협상타결 시점을 잡는 데 변수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