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끝자락에도 눈발이 날린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서 샤갈의 마을은 3월에 눈이 온다. 3월에도 눈이 오니 돋아야 할 새싹은 바짝 긴장해 안으로 파고들 법도 한데 난데없이 겨울 열매들은 올리브 빛깔로 물들고 아낙들은 그해 가장 아름다운 봄을 아궁이에 지핀다.
2월 말 차분히 봄을 기다리던 시장에 북미정상회담이 재를 뿌리는가 싶더니 3월 들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경기지표가 울상을 짖자 마침내 진정돼가던 금리 스프레드마저 다시 꼬이며 3월 눈보라가 한번 휘젓고 가는 모양새다. 그러던 중 올리브 빛깔로 물드는 열매들이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3월 말 발표된 중국 국가통계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로 기대를 뛰어넘는 호전을 보여줬다. 더불어 제조업 둔화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흐름을 지속해온 서비스업 PMI는 54.8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고점 수준에 이르고 있다. 호들갑을 떨 것은 없지만 기대감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국의 PMI는 중국 수출과 밀접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PMI 구성요소에는 신규 수출 주문물량이 포함돼 있어 중국 수출 증가율을 반영하게 된다. 중국의 수출은 한편으로는 글로벌 소매판매를 추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특히 글로벌 가계지출 소비의 3분의1을 담당하는 미국의 소매판매 동향과 흐름을 같이한다. 또 중국의 PMI는 국내 수요인 중국 내 소매판매도 반영돼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런 미국의 소비판매 동향과 중국의 소비판매 동향은 한국의 수출 동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결국 중국의 PMI가 한국의 수출 동향을 추정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계단식 하향 추세로 접어든 것은 2017년 9월 무렵 69.9%에서 정점을 찍고부터다. 이 시기는 국내 총 수출 증가율의 변곡점이 됐으며 더불어 중국 PMI의 정점(52.4)과 일치한다. 2018년 2월 중국 PMI가 급락해 50.3을 기록하던 무렵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더니 마침내 2018년 12월 50을 밑돌자 역신장으로 들어섰다. 3월 통계로 가장 먼저 발표된 중국 PMI는 4월1일 한국의 3월 수출 동향에서 방향성과 흐름이 반영돼 나타났다. 수출 동향은 여전히 감액이 진행 중이었으나 감소폭이 8.2%로 다시 한 자릿수로 돌아왔으며 일평균 수출액은 올 들어 증가세가 다시 나타난다. 중국 PMI처럼 말이다.
이번주는 중요한 지표 두 개를 또 받아들게 된다. 미국의 소매판매와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다. 소매판매는 2월 통계여서 이미 공표된 중국 PMI 2월 지표의 연장일 수 있다. 이제 미국의 3월 ISM 제조업지수에서 긍정적 변화가 확인된다면 그해 가장 아름다운 봄을 아궁이에 지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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