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를 둘러싼 패싱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취임 100일을 넘긴 홍 부총리는 경제사령탑에 앉은 후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소외됐다. 증권거래세 인하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대표적이다. 홍 부총리의 원칙과 입장을 청와대와 여당에서 180도 뒤집었다. 홍 부총리는 오락가락 입장을 바꾸면서 정책 혼선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썼다.
물론 기재부와 청와대·여당의 주장이 다를 수 있고 의견수렴 과정에서 정책의 내용과 추진 시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왜 문재인 정부에서 유독 경제사령탑 패싱 논란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 경제사령탑이었던 김동연 전 부총리도 패싱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자기 목소리를 내며 장하성 정책실장과 주도권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동시에 교체됐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제사령탑 패싱 논란의 본질은 문재인 정부의 오만과 불통, 일방적인 독주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벌써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표를 노리는 포퓰리즘 정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이미 긴축 모드로 돌아섰다. 한국 경제도 시계 제로 상태다. 이런 때 경제사령탑이 흔들리면 앞으로 닥쳐올 난관을 제대로 헤쳐나가기 어렵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쯤 해서 경제사령탑을 배제한 일방적인 정책 결정을 멈춰야 한다. 안팎의 난관을 극복하고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사령탑의 영(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