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020560)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으면서 당장 채권 투자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회사채는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신용등급마저 낮춰질 경우 1조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조기에 지급해야 하는 상황까지 펼쳐질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회사 측의 유동성 리스크로 돌아오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 한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상장채권(아시아나항공 86)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거래소 측은 “25일부터 27일까지 해당 채권의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이후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일주일 동안 정리매매를 한 뒤 다음 날인 8일 상장폐지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86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회사채 중 유일하게 장내 거래되는 상품으로 내달 16일 만기를 앞둔 상태였다.
한정 의견이 기업의 부도를 의미하지는 않으나 회사채 발행의 근간이 신용등급인 만큼 아시아나항공이 받은 이번 감사 의견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2일 한정 의견을 근거로 아시아나항공을 장·단기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신평은 “회계 정보에 대한 신뢰가 저하됐다”며 “큰 폭의 순차입금 감축에도 여전히 재무부담이 큰 가운데 회계 정보의 신뢰성 저하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돼 유동성 위험이 재차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신용등급 하락이 1조원대 ABS 조기 상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ABS는 향후 수령하게 될 미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금융상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으로 인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자금 조달 대안으로 활용해 왔다. 올해를 포함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ABS 총 잔액은 1조2,474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지금보다 한 단계만 떨어지더라도 관련 기초자산(장래매출채권)에서 나오는 현금을 일정 기간 가져가지 못하는 계약이 발효된다. ABS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할 때까지 장래매출채권에서 나오는 잉여 현금을 아시아나항공이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해당 계약의 내용이다. 국내 신평사 중 한 곳이라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떨어뜨린 경우가 발효 조건이다.
ABS는 공모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 되기도 한다. 증권사들은 신탁 상품 형태로 만들어 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높게는 6% 가까운 금리 덕에 이를 사들인 개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기상환 의무가 생기더라도 실제 상환 여부는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유동성 위기가 들이닥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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