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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의 '착한 변신'...우울증 신약 잇달아

케타민과 유사한 에스케타민 성분

FDA 30년만에 '스프라바토' 승인

산후우울증 '줄레소'도 6월판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11월 허가 결정





스트레스 등으로 전세계에서 급속도로 늘어나며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30여년 만에 출시된다. 우울증 치료제는 뇌에 직접 작용하는 중추신경계 약물이라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빈발해 그동안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흔히 클럽에서 ‘물뽕’이라고 불리던 강간 약물에 포함된 물질이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의 원료 물질이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최근 비강용 스프레이 형태의 항우울제 ‘스프라바토’를 허가했다. 1987년 허가된 프로작 이후 최초로 등장한 항우울제다. 이 약의 주 성분은 케타민과 분자구조가 거의 비슷한 ‘에스케타민’이다.

케타민은 1990년대 ‘스페셜 K’라는 이름의 클럽 약물로 나이트클럽 등에서 악명을 떨쳤다. 최근 클럽 ‘버닝썬’에서 ‘물뽕’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돼 유명세를 탄 마약이다. 개발사 얀센은 이 케타민의 용량을 줄이고 정맥 주사 대신 흡입하는 비강용 스프레이 형식으로 바꿔 부작용을 줄였다. 기존에 유통되던 항우울제 ‘프로작’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을 많이 분비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라 길게는 몇 달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났지만, 스프라바토는 뇌 세포를 즉각적으로 회복시켜 빠르면 투여 후 수 시간 뒤 우울증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마약으로 사용됐을 만큼 환각이 강해, FDA는 스프라바토를 허가하면서도 사용과 배포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허가받은 진료실에서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흡입해야 한다. 유체이탈, 환각 등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투여 후 2시간 이상 의료인이 환자를 관찰해야 한다.

많은 산모를 괴롭게 하던 산후우울증 치료제도 시장에 출시될 준비를 마쳤다. FDA는 세이지가 개발한 세계 최초 산후우울증 치료제 ‘줄레소’를 19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오는 6월 말부터 시중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줄레소 역시 기존 항우울제에 비해 빠른 효과가 장점이다. 2~3일 내 작용하기 시작해 산후우울증에 동반될 수 있는 슬픔, 불안 등에서 산모를 빠져나오게 한다. 글로벌 제약사 세이지의 제프 조나스 최고경영자(CEO)는 “줄레소의 주 성분인 브렉사놀론은 산후 급격히 감소하는 호르몬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며 “이를 투입하면 정상적인 감정상태를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산후우울증은 미국 내 산모 9명 중 1명에게 나타날 만큼 흔한 질환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산후조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모 중 50.3%가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줄레소가 갑작스러운 의식 상실이라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투여 후 60시간동안 의료 시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녀와 함께하며 교감을 나눠야 한다는 주의사항이 삽입된다.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의 ‘중추신경계 치료영역의 글로벌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포함한 중추신경계 치료제 시장규모는 2013년 585억달러에서 매년 5% 이상 성장해 2021년 872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도 중추신경계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기술수출에 성공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대표적이다. SK바이오팜은 스위스의 아벨 테라퓨틱스에 유럽 32개국에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6,000여억원에 이전했다. 아울러 세노바메이트는 오는 11월 경 FDA 허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동아에스티, 부광약품, 일동제약, 메디포스트 등이 중추신경계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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