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는가 했더니 탐탁치 않은 미세먼지가 봄바람에 타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삼한사미’ 시절에는 추운 바람을 기다렸건만, 이제는 시베리아 바람이 먼지를 씻어낼 가능성도 사라져 걱정만 커졌다. 특히나 서울을 중심으로 초미세먼지 경보(160㎍/㎡)가 발령된 지난 5일, 하늘은 회색빛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한국을 당장 떠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공기청정기를 추가로 놓기로 했다.
체험 기회를 빌어 사용하게 된 제품은 청호나이스의 ‘청호 울파 멀티순환 공기청정기 A850(이하 A850)’이다. 이 제품을 만난 첫 인상은 ‘제법 덩치가 크네!’였다. 형태는 일반적인 타원형이 아닌 얇은 기둥 느낌에 가깝다.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는 대부분 성인 여성의 키를 160㎝로 잡을 때 허리 정도까지 올라오는 수준. 하지만 이 제품은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키다. 공기를 빨아들이고 내보내는 팬(Fan)도 인버터 모터도 필터도 모두 2개씩이다. 전면의 더블 팬으로 강력하게 빨아들인 공기는 다시 더블 필터에서 걸러지고 6개 방향으로 나뉜 토출구를 통해 내보낼 수 있다. 더러운 공기를 빨아들여 깨끗이 걸러내서 다시 내보내는 본연의 기능에 힘을 쏟은 셈이다.
제품에 탑재된 필터는 보푸라기 등 큰 먼지를 잡아주는 ‘프리필터’와 황사, 집먼지 진드기 등 작은 먼지를 잡아 주는 ‘미디엄 필터’,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호흡성 분진 및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울파필터’, 생활악취 및 생활가스, 새집증후군 원인물질, 애완동물 냄새를 제거해 주는 ‘강화탈취필터’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울파필터는 원자력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것이 그 시초로,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인체에 깊숙이 침투하는 0.1㎛ 초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고성능 필터다.
처음 전원을 켰을 때는 21~23㎍/㎡ 정도의 미세먼지 수치가 떴지만 30분 정도 지난 후에는 7~9㎍/㎡ 수준으로 낮아졌다. 공기 상태를 나타낸 무드램프 색상 역시 그린에서 블루로 바뀌었다. 과연 잘 작동하는지 궁금해져 외부에서 공기를 끌어와 다시 내보내는 세대 내 환기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 시스템에 적용된 필터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헤파, 울파 필터가 아니라고 들었다.) 아뿔싸, 갑자기 자동모드로 해둔 공기청정기가 ‘위이잉’하며 노란 표시등이 뜬다. 순식간에 40㎍/㎡대로 올라간다. 조용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몰랐지만 ‘열일’하고 있었던 거다. 게다가 이 제품은 미세먼지의 순간적인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레이저 방식의 PM2.5 센서를 적용해 초미세먼지 농도를 수치화함으로써 실시간 실내오염 확인까지 가능하다니 ‘청정한 공기를 마시고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제품의 특별한 포인트 중 하나는 소비자가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벽걸이 또는 일반적인 거치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슬림하면서 키가 큰 제품의 특성상 세워놓는 방식의 설치는 ‘위험’의 개념이 없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집 사고 뭉치로 등극한 생후 17개월 꼬마는 기어코 온몸의 힘을 실어 자기보다 키가 큰 이 제품을 밀어 넘어뜨렸다. 이런 이유로 공간 부족으로 고민하는 가정이나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벽걸이 방식의 설치를 강력히 추천한다. 청호나이스에서는 이 제품을 의무사용기간 5년·점검주기 4개월 기준 월 4만 5,900원에 렌털할 수 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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