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012330)가 제안한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모두 찬성 입장을 결정했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는 이해상충 우려가 있고 여기에 더해 엘리엇의 배당안도 너무 과도하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달 22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주총 표대결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14일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효성 정기 주주총회 안건의 의결권행사 방향에 대해 심의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17조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수탁자책임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해 이뤄졌다.
수탁자전문위는 사내이사·사외이사·감사 선임 안건과 관련해 회사 측 제안을 모두 찬성했다.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는 이해 상충 문제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 후보로 중국 전기차 업체 카르마 오토모티브의 CTO인 로버트 알렌 크루즈를 추천했다. 현대차에는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인 발라드파워스시템의 로버트 랜달 맥귄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다. 이해상충, 기술유출 등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탁위는 특히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모비스의 정관 일부 변경안도 회사 규모, 사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대했다.
다만 사내이사(정몽구·정의선) 재선임과 관련해서는 “소수 위원이 특정 일가의 권력 집중에 문제 제기를 하며 반대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수탁위는 이밖에 기아자동차 주총 안건과 관련해 정의선·박한우 등 현 사내이사의 재선임하겠다는 사측 제안에 찬성했다. 단 사외이사(남상구), 감사위원회 위원 재선임건(남상구)건은 한전부지 매입 당시 사외이사로서 감시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반대 결정을 내렸다.
수탁위는 현대차·현대모비스의 배당 관련 안건과 관련해 “주주제안(엘리엇)의 수준이 과다하다”며 회사측 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현대차에 전년도 기말배당 대비 618.94% 증가한 5조8,295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제안했다. 주당 2만1,967원으로 회사측(주당 3,000원) 대비 6배나 많은 액수다.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도 주당 2만6,399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제안했다. 현대모비스 이사회안은 주당 4,000원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 결정과 관련해 “회사의 미래지속 가능한 성장에 힘을 실어준 결정”이라며 “현대차와 모비스는 기업가치 및 주주 가치의 선순환 체계마련을 위해 지속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탁자전문위는 효성(004800)사외이사(손병두·박태호) 재선임과 감사위원회 위원(최중경) 선임건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했다. 수탁자전문위는 분식회계 발생 당시 감시 의무 소홀을 반대 이유로 댔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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